장롱면허인, 이젠 운전할 수 있겠지?

자차 소유부터 운전 연수까지

by 나하


자동차와 운전은 그야말로 미지의 영역이었다.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면허 따기를 하는, 어른이 되자는 도장깨기의 하나로 시작하지도 않았다. 면허를 딴 것도 상어른이 되고 난 몇 년 전이었다. 그것도 면허따기 어려워진다는 얘기를 듣고 부랴부랴 필기-기능-도로주행까지 준비했다. 도로라는 위험천만한 곳을 다니려면, 당연히 면허따는 일이 쉬워서는 안 되는 것에 동의하지만, 여러 번의 고배를 마시는 일도 꽤 피곤한 일이어서 얼른 면허 따기에 도전했다. 운전을 너무 모르는 나도, 도로주행에서 한 차례 미끄러지고 면허 취득의 수순을 밟을 수 있었다.


그리고 운전 없는 세월이 흘러 흘러갔다. 차 없이도 살 수 있었지만 가끔 혹은 치명적인 불편함도 있었다. 차가 있었다면, 뚜벅이 아닌 제주행이 가능했을 거고, 출장 시 누군가의 픽업을 간절히 바라지 않아도 되었을 거다.



그동안 뚜벅이로 제주에 두 번이나 다녀왔다. 버스로 갈 수 있을 만한 장소를 골라 다녔고, 버스가 당도하지 못하는 곳이라면 걸어서 찾아가곤 했다. 물론 제주는 뚜벅이들에게는 몹시 고단한 여행지라서, 대개는 인도가 없어서 노란선 바깥쪽으로 슬슬 걸어다니면서도 앞뒤를 잘 살펴야 했다. 이제는 편한 여행이면 좋겠다는 마음이라 무조건 렌트를 할 생각인데, 운전을 못하니 제주도 마음대로 갈 수 없는 것이다. 이건 좀 서글픈 일 아닌가. 삶의 범위가 자꾸만 축소돼 가는 느낌이다.



더불어, 좀더 어른이 되고 싶었다. 운전을 한다는 것, 혼자 살아본다는 것, 자녀를 키우는 것, 결혼을 하는 것 등등 어른이 된다는 여러 항목이 있을 것 같았다. 누군가의 차를 얻어 타거나, 급한 상황에서 아무것도 못 하고 손을 놓을 수밖에 없는 사람이 아니고 싶었던 것 같다. 그게 운전하고 싶은 또 다른 이유이기도 했다.



소형차라도 사야겠다, 운전을 해야겠다. 운이 좋게도 언니가 새 차를 뽑는다고 몰던 차를 준다는 희소식이 들려온 것이다. 내 마음이 어지간히도 운전에 갈망했었던 것 같다. 이렇게 좋은 타이밍에 차가 뚝, 떨어진 것이다. 그리하여 이제는 운전을 해야만 했다.




01. 자동차 보험 가입하기



자동차가 생겼으니, 앞단의 자동차 구매 단계가 손쉽게 생략이 되었다. 시작은 자동차 보험 가입! 요새는 보험 아줌마라 칭하는 중개인 없이도 바로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시대다. 다이렉트로 인터넷에서 견적 뽑아서 바로 가입할 수 있다. 사이트를 이리저리 뒤져보면서 합리적으로 똑똑하게 가입해 보자며 애를 써보았다.




검색, 검색, 또 검색, 또 견적, 또 견적...




대물, 대인 등 꼭 가입해야 하는 것들과 자손, 자차 등도 챙기니... 생각보다 보험료가 비쌌다. 흐규?

좀 많이 비싼데?




02. 명의 변경하기



이제 이 차는 제 겁니다!


언니와 형부의 첫차이자 후에 언니의 발이 되었던 차는 이제 내 명의가 되었다. 오랜 세월 언니네 식구에게 애칭으로 불렸던 차라, 언니네서 우리집으로 출발할 때 언니는 눈물이 핑 돌았고, 조카들은 아쉬움에 엉엉 울었다고 한다.




내가 이제 아껴 탈게!


명의 변경하는 과정은 복잡한 듯 하면서도 크게 복잡하지 않다. 명의 변경자, 명의 양도자(신분증 지참)가 자동차 등록증, 보험증서를 챙겨 들고 시청이나 구청에 가면 된다. 신기하게도, 명의 변경을 할 때 차 번호도 바꿀 수 있었다. 우리는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했고, 서류를 작성했다. 양도할 때 비용이 발생했고, 시청 안에 있는 ATM에다 납부했다. 하라는 대로 지시에 잘 따르고 다시 창구로 갔고, 처리가 된다.




03. 운전 연수 받기



보험 가입, 명의 변경 완료! 이제는 연수 받는 것만 남았다. 도로 주행을 위해 이것저것 알아보고, 드디어 연수를 받게 되었다. 내가 도로에 나가다니... 내가 운전을 하다니...


내가 살고 있는 동네는 도로폭도 좁고 비탈진 데다 차의 이동도 잦고 길가 주차도 많은, 그야말로 운전하기 힘든 곳이다. 게다가 주차할 곳도 없으니 어쩌면 차를 갖겠다는 마음을 품기에 큰 각오와 피곤함을 감수해야 했던 것이었다.


무튼... 도로주행, 신호등 읽기, 차선 변경, 좌회전과 우회전, 엑셀 밟기 등을 대략 해보고 주차도 한 시간 남짓 배웠다. 그러나... 하면서도 뭘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겠고, 옆에 운전 연수 강사는 이미 알려줬는데 못한다는 책망이 내비친다. 한 번에 알았으면, 내가 당신을 고용하진 않았겠지! 나도 진짜 기분 별로다.


연수 강사는 운전에 대해 알려주는 말보다 사담이 많았고, 내가 못한 탓도 있지만 무슨 말인지 잘 알아먹게 설명하는 말센스는 없는지 말들이 흡수되지 못하고 밖으로 튀어나가 영.. 운전 솜씨가 늘지 않았다. 꽤 신경을 쓴 탓에 입술까지 부르텄다. 근래들어 입술이 튼 건... 정말 오랜만이다. 수많은 스트레스와 곤란한 일들 속에도 입술만은 굳건했다. 강사의 말과 언짢음을 드러내는 태도에 지레 질려 스트레스도 쌓여갔고, 긴장된 가운데 차를 모니 생각보다 신경이 곤두섰고 내 아랫입술은 퉁퉁 부어 버렸다.




나, 운전 할 수 있겠지?





04. 실전 연습과 유튜브 보면서 키우는 실력






결국, 이러니 저러니 해도 운전은 해야하므로 잘 안 되는 부분은 반드시 극복하고 넘어가야 한다. 실제 주행과 주차 연습, 두뇌 시뮬레이션이 답이다. 유튜브를 많이 보고 머릿속으로 상상하고 손으로 핸들을 돌려보며 시뮬레이션 해보는 것이다. 실제로 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머릿속으로 행위를 그리는 것만으로도 실력이 는다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희망하고 기다린 제주 여행도, 이케아 가기도, 근교 교외 여행도... 내 차가 내 두발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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