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연수 그 후
지난주 험난한 운전연수가 끝났다. 교습이 끝나면 이젠 오로지 혼자만의 막중함으로 그 후의 일을 진행해야 한다. 보통은 아마도 이렇게 연습을 이어나가겠죠?
1. 가족을 대동하여 견고하게 잡아나가기
2. 혼자서 차 없는 시간에 나와 주행과 주차 연습
1번이 가장 흔한 경우이고 안심도 되지만 다툼이 일어날 수 있는 경우고, 2번은 주행은 괜찮으나 주차나 미세한 게 모자란 경우에 하면 좋을 방법이 아닐까 한다.
동생에게 도움을 구해 주차, 주행, 차선변경, 네비 보기 등을 배우고 싶으나 생각보다 너무 바쁜 인물이라 만나기도 어려웠다. 살갑게 알려죠잉 하는 애교부릴 재주도 없어서 에잇 혼자 하고 말지 흥 하며 씩씩거렸다. (뭐 이럴 것도 없지만...)
한 주 운전 안 하고 건너뛰면 다시 장롱으로 숨어버릴 것 같았기에 주말 동안 운전대는 다시 잡아야 했다. 마침 언니가 놀러 오라고 했고, 혼자 운전해서 그리로 가겠다고 말했다. (어떤 종류의 자신감인지 알 수 없지만) 혼자 갈 수 있을까 걱정이 엄습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드는 상황, 다행히, 엄마가 합류하기로 했다. 그것도 또 걱정인데.... 정말 모르겠다, 그냥 가보는 거지!
우리집에서 언니집까지는 차로 4~50분 걸린다. 익숙한 드라이버나 밀리지 않으면 30분도 가능해서 거리 압박은 크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걱정되는 건 세 가지였다.
1. 험난한 우리 동네 빠져 나가기
2. 차선변경 후 우회전, 좌회전
3. 네비 제대로 읽기
비탈길과 좁은 통로가 즐비한 곳에서 사는 나는 일단 큰 도로로 빠져 나가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바운스 바운스하다. '내 반대편으로 차가 온다, 내 뒤로 차가 있다, 반대편 뒤로도 차가 있다, 도저히 둘 다 움직일 수 없다' 이런 상상만으로도 눈을 질끈 감고, 파킹에 두고, 내려서 누구에겐들 "이 차 좀 빼주세요!"라고 말하고 도망가고 싶다.
기우였다. 상상했던 비극적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고, 무사히 동네를 빠져나갔다. 미리 걱정할 것 없이 닥치면 다 하게 되어있다고 하지만 운전 방면에서는 미리 예상하고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무조건 방심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어찌저찌 동네를 빠져나가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이제는 제때 차선을 변경해서 빠지는 일이다. 제때 차선을 변경하지 않으면 그대로 부산으로 가버릴 수도 있으니까, 언제 차선을 바꿔야 하며 촘촘하게 차가 있는 경우 어떻게 껴들어 갈 수 있을지 무척 긴장되었다. 그래도 뒤에 붙인 '초보운전'이 다른 운전자들에게 와닿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차선변경을 하며 앞으로 나갔다.
네비의 화살표와 남은 키로수에 집중하고 도로 표지판도 살폈다. 오른쪽 도로로 빠지지 않는다면 나는 어디로 향하게 될 것인가, 어찔함과 긴장 속에서 깜박이를 우측, 좌측 켜면서 앞으로 나갔다. 초행길은 아니었고 옆에 엄마도 길을 알고 있어서 조금 안심은 되었다. (우리 엄마는 살얼음판이었겠지만...)
좌회전 신호의 끄트머리에 속도를 내다가 약간 드리프트 느낌도 난 것 같고 뭔가 아찔했던 것도 같고... 정확히 어떤 상황인지 모르겠지만 핸들이 너무 꺾였다 풀어진 데다 속도가 빨랐던 것도 같다. 후우...
다음날 엄마가 말했다.
어깨가 너무 아파
운전하는 내내 나보다 불안하고 긴장했을 엄마에게 깊은 죄송함을 느낀다. "엄마, 미안해요." 옆 사람은 예측이 안 되니 심신이 더 고단했을 거다. 얼른 연습해서 안전하게 모실 수 있기를!
지금으로서, 다음 사항들이 내 머릿속에 둥둥 떠다닌다.
1. 도로선 맞춰 주행할 수 있나요? 핸들을 흔들흔들 거리지 않나요? 차폭감이 있나요?
2. 신호등을 제대로 볼 줄 아나요? 좌회전 신호를 볼 줄 아나요? 비보호 좌회전이 뭔 줄 아나요?
3. 밤에는 전조등을 켜고 달리는 건가요? 오토로 해놓으면 되는 건가요?
4. 언덕에 신호가 걸려 브레이크로 서있을 경우, 브레이크에 떼고 바로 엑셀을 살살 밟으면 뒤로 넘어갈 일은 없는 거죠?
5. 하이패스는 뭘 사죠?
6. 네비를 제대로 볼 줄 아나요? 1키로 앞, 500미터 앞 이런 거리 감각이 있나요?
7. 후진주차, 전진주차, 평행주차 할 줄 아나요?
8. 차선변경의 타이밍을 아나요?
9. 좌회전, 우회전시 핸들 조절과 엑셀 밟기가 적절히 이뤄지나요?
10. 사이드 미러를 흘깃흘깃 볼 줄 아나요?
11. 핸드폰 거치대가 있나요?
12. 운전 에티켓은 어느 정도 아나요?
이번 주에는 주차연습과 네비보기 연습을 해볼 요량이다.
첫 운전 코스가 엄마와 언니네를 간 거라 알맞은 느낌이 든다. 나에 대한 막연한 믿음, 그러니까 몇 년전 면허를 땄고, 도로주행을 해봤고, 최근 연수도 받고, 유튜브도 봤으니 내 안에 내재된 운전 감각을 믿어 보았다. 과연, 그러했는가..? 냉철한 자가평가가 필요하다.
앞으로의 운전은, 무조건 안전운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