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 없는 운전 실력
처음 운전은 비교적 수월했다. 두 번째 운전에서 다시 리셋된 것 같다. 고단했다. 첫 운전에 자신감이 붙었는데 (집에서 40분 여 거리에 있으며 초행길인 이케아나 근교까지 나가볼 생각을 했으니까), 그날의 운전으로 자중이라는 단어를 아로새기게 되었다. 자만했던 걸까, 교육이 더 필요한 걸까.
면허 취득부터 지금까지 한 번 스윽 보자면 (너무 짧기에 적을 수 있는 것) 다음과 같다.
1. 2016년 : 운전면허 취득
2. 2016~2020년 10월 : 장롱 시절
3. 2020년 10월~11월 초 : 운전 연수 10시간
4. 2020년 11월 15일 : 첫 운전(언니네 집 왕복)
5. 2020년 11월 20일 : 주차연습과 차 긁기
면허 취득으로부터 4년의 묵은 시절을 보내고 올해 10월, 운전 연수를 받았다. 그런 후 언니네 집을 왕복하고서는, 나도 이제 완전한 그리고 즐길 줄 아는 드라이버가 될 것 같다는 희망을 품었다.
두 번째 운전은 한산한 마트에 가서 주차 연습하기였다. 마트에 가서 한 시간 남짓 차 없는 편안한 공간에서 차를 댔다 뺐다 했다. 뭐 여기까지는 잠잠했는데... 돌아오는 길에 오른쪽 사이드를 공사 바리게이트 같은 데다 차를 긁어 버렸다. 뭔가 덜커덩 거리기에 주황색 삼각뿔이 걸렸나 했는데 사이드 미러가 확 접혔고, 내려서 보니 파란색으로 지저분하게 그어져 있었다. 아, 이런....!
약간의 변론을 하자면, 공사를 하니 도로폭이 좁아진 데다 구분짓는 뭔가를 세워뒀고, 공사하는 분이 교통 정리를 하며 가라, 멈춰라를 했던 상황. 그리고 뒤에 차는 따라오고.. 초보자의 성급한 마음이 아주 적나라하게 드러난 순간이었다. 루키에게 오른쪽 사이드 미러를 제대로 볼 여유는 없었다고 보는 게 맞았다. 아직까지도 어떤 물체가 내 차와 악연을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나의 운전은 근본이 없구나!
머리가 복잡해졌다. 첫 운전이 수월했던 이유는 일요일이라 동네에 비교적 차가 별로 없었고, 다른 운전자들의 배려였던 것도 같았다. 그런데 내 운전은 빈 깡통이 우당탕 거리는 느낌이다. 내실이 없달까.
비탈길에서 신호를 기다릴 때, 브레이크를 밟았다가 엑셀을 밟을 때가 너무 어렵다. 평지에서야 엑셀로 RPM을 유지할 수 있지만, 비탈길에서 브레이크를 밟다가 엑셀을 스르르 밟아 부드럽게 올라가기가 내게는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러다 보니 부르륵 아주 불안한 출발을 한다. 비탈 뿐 아니라 차선을 잘 못 찾기도 하고, 도로가 좁거나 뒤에 차가 마구 오거나 이러면 정신을 못 차린다.
실은 비탈에 대한 약간의 트라우마같은 게 있다. 어릴 때 아빠는 우리 세 남매를 오토바이를 태우고 다녔는데, 그날은 경사가 굉장히 급한 비탈에 우리 셋을 태우고 오르던 중이었다. 나는 그 자체만으로도 무서웠다. 동생을 제외한 언니와 나는 이미 다 큰 어린이였고, 가벼웁지 않은 무게감을 자랑했기에 두려움에 벌벌 떨며 "아빠, 나는 그냥 걸어갈래.."라고 말했다. 아빠는 괜찮다고 우리 셋을 태우고 올랐는데, 글쎄 그 아찔한 높이에서 오토바이가 멈췄고 가까스로 아빠가 중심을 잡았다. 아빠는 우리 셋을 커버할 거뜬한 힘이 있었음은 분명했지만, 나는 그 이후로 비탈길이 너무 무섭다. 뒤로 넘어가거나 롤러코스터처럼 뒤집힐 것만 같다. 그러나 엑셀을 심하게 밟지 않은 이상 차는 뒤집힐 일은 없겠지만, 일종의 그러니까 트라우마인 거다.
가족들은 원래 다 긁어가면서 배우는 거라고 심심한 위로를 건넸고, 정말 다행히 다른 차를 긁지 않았으므로 절망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근본 없다는 사실은 변함 없으므로, 운전 잘 하는 사람들에게 많이 배우고 유튜브도 많이 보고, 가까운 거리를 왔다 갔다 하는 연습은 지속되어야 할 것 같다. 원래 다들 이렇게 혼돈 속에서 운전하는 건지... 하여간 심기일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