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를 찾아서
보세요
9월이 저무는 서녘 하늘을 한참 바라봅니다 어제저녁에 하셨던 말씀을 채 되새기기도 전에 그리 훌쩍 떠나실 것까진 아니었는데 말이에요 흩뿌리며 지나치는 구름들처럼 모든 게 덧없게 느껴진 날씨는 제법 가을 냄새가 납니다 아침에는 하얀 꽃 빨간 꽃 노란 꽃을 함께 찍으며 당신을 생각했습니다 사진을 보면 그냥 좋아만 한 표정을 보며 저도 행복했었나 모르겠습니다
보세요
9월이 저무는 강가에서 한참 동안을 서성였습니다 어제 갑자기 떠나신 자리에 혼자 앉아 우두커니 바라본 세상만큼 잔인했던 경우는 없었을 테니까요 노래를 몇 곡 꺼내 들으면서 내내 당신을 생각했습니다 고속도로에서 빨갛게 불을 켠 차들의 행렬을 보면서도 조용한 차 안에서 속절없이 흐르던 몇 곡의 노래들도 어쩌면 당신을 닮았을까 모르겠습니다
보세요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심경은 늘 할미꽃을 닮아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늙어만 갑니다 늙는다는 표현이 제법 어울릴 법한 그 꽃망울에서 겸손을 잃지 말라던 선생님 말씀도 기억이 났고 단 한 번 비아냥도 흰소리로도 칭찬을 않던 말투를 기억합니다 그저 잠자코 앉아 옆을 메우려는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도 제법 알 법한 나이니까요 그동안 몇 곡의 노래가 더 흘렀나 봅니다
보세요
만남이 각별할수록 헤어짐도 각별한 법이어서 때로는 단 한 번의 이별조차 그런 각별함을 갖고 밤을 지새울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짧았던 시간들이 갖던 그리움의 크기에 비해 짧지 않은 여운이 남겨놓는 감정의 여울목을 지나 어느덧 제게도 그 이상의 다른 무엇인가를 준비해야 한다는 걸 일깨우려는 모양입니다 그 계절의 나이테를 한 줄 더 새겨넣는 밤이고요
# 단정,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