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갈 수 없는 곳들과 닿을 수 없는 마음이 추석으로 향하면
그믐이 그리움의 묵은 감정인 것처럼
보름이 더는 볼 수가 없는 운명인 것은
갈 수 없는 곳들과 그 마음이 아직 덜 익어서인지
휘영청 밝았던 지난 보름달 아래서
카더가든의 구슬픈 노래 한 곡 듣겠노라면
세상 두려울 것도 없는 인연을 정하기도 하며
때로는 성긴 나뭇가지 끝에 매달린 것처럼
얽히고설킨 운명들만 탓하기도 할 따름일진대
초록빛 은행이 노랗게 물드는 밤은
점점 더 느려져만 가는 전기기타 선율을 닮아
아직도 낯설고 여전히 설레고 또 몹시 두렵기도 해
다만 익숙해질 만큼 이미 오래된 습관처럼
갈 수 없는 곳과 닿지 못한 마음들만 헤아릴 법
갈 수 없던 마음을 그저 원망하지 않고
닿을 수 없던 그곳을 향한 엘레지일 법
얽히고설킨 운명들을 위로하는 오랜 명절일 법
# 단정,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