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비
밤새 내렸던 비는 추석에도 하염없기만 했습니다
당신이 떠나신 날 내린 비도 금세 그칠 줄 알았지만
추석에도 내리는 비는 그저 미련일 것만 같습니다
그저 미련스럽다고 생각한 비는 또 그렇질 않아
저문 강물에 흐르던 각황전 한 채의 마음을 닮고
늦은 저녁까지 노을을 바라보던 마음을 닮습니다
그립다고 해 그리워지는 게 아니었음을 알고 또
속절없다 한들 운명처럼 다가올 게 아님도 알아
이른 새벽의 비를 아쉬워도 않고 원망도 않은 채
기약없는 비를 맞으며 한참 동안을 걸었습니다
추석 동안 내리는 비를 당신처럼 기억하겠습니다
# 단정,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