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 그래요

by 단정


시월, 그래요

시월에 관한 시를 쓰려면 적어도 중순은 되어야 하지 않겠냐며 웃던 당신이 사라지고 없는 중순이 되어서도 시월에 관한 시는 아직 쓰지도 못했습니다

망초꽃밭 한가운데서 막연히 이름을 불러본다면 아마 그 언저리쯤에 당신의 이름 석 자도 내내 남아 웃을까는 잘 모르겠습니다 잊힐 리도 없겠으므로

벌써 시월은 중순인데 단풍잎은 고사하고 간밤에 비들만 뿌려 꽃무더기가 지고 때 이른 은행잎 간간이 낙엽이 된 풍경 앞에 무심히 서 있기만 합니다

지난여름을 견뎌낸 사랑이 그 꽃무덤 속에 고이 파묻힐 동안에도 단 한 번 건네지 못한 사연들이 있겠고 못다 전한 말 몇 마디만 맴돌고

하여 시월이 저물 무렵에야 비로소 편지 한 통을 꺼내 쓰고자 함이며 부칠 리도 만무한 이 일에 대해 막연한 기별을 어설피 해두고자 함입니다

혹은 시월이 지기 전까지는 그저 안부를 소소히 묻고 분에 넘칠만한 덕담을 가볍게 나누는 일도 제법 그럴듯하여 감히 도모해보려 할 뿐입니다

감히 지난 한철의 때 묻은 사연들을 더는 떠올리지 않기 위함이요 과연 이 시도 얼마만한 크기로 당신의 흔적이 될까를 아직 잘 모르겠어서, 그래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