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다는 일

by 단정

지친다는 일

과거시험보다 더 어렵다는 신춘문예를 번번이 낙방하고도 지치지 않던 일들이 고작 한 사람을 잃으면 이토록 힘든 건 그 사람 탓일까 아닐까를

그 한 사람을 만난다는 일이 로또 당첨보다 더 기적에 가까운 게 우연일까 미련일까를 더더욱 잘 모르겠어서 아니 어쩌면 그게 두려워서였을까를

철 지난 옛 노래들만 줄창 듣는 건 또 무슨 일종의 알리바이였을까 왜 낯선 요즘 노래들을 애써 외면한 채 구닥다리만을 자처하는가를

그게 또 일종의 예의라면 모를까를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노래들은 기어코 동전 몇 잎만 쥔 채 끝끝내 부재중인 전화에 대고 무슨 말을 더 하고팠나를

그것도 아니라면 긴 긴 새벽의 찬공기를 애써 맡는 연유를 잘 몰라서 기침 몇 번에 잦아드는 가래는 왜 자꾸 생기는지 가슴팍 후비는 통증은 무엇인지를

여전히 하나도 잘 모르겠어서

여태 사랑을 배워본 적이 없어서

사랑의 끝에 도드라지는 그리움의 크기를 재본 적 없어서

그래서였을까 아닐까를

미리 안다는 알고 있다는

말만큼 지치는 일도 또 있을까를

도통 잘 모르겠어서




# 단정,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