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와 기쁨
살아주어서 고맙다는
지극히 단순한 인사가 생략된 얼굴엔
항상 잃지 않는 미소가 있었는데
살아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지?
하며, 내내 몰랐던 사실을 캐물으면
실은 제법 수고스러운 일이어서
더는 묻지 않기로 합니다
바깥 공기가 선선해지면 이제 또 가을
단풍잎 몇 장 들고 낙엽을 밟는 마음이
낙엽처럼 밟히는 때가 있습니다
밟힌 마음들이 서로 만난다면
인사를 나누는 일조차 제법 수고스러워
더러는 말을 아예 생략하기도 합니다
더는 볼 일 없었으면 합니다
마지막 인사처럼 쌀쌀맞은 내 표정이
후회를 묻기로 한 결별의 약속들도
이내 뭉개지고 다시 녹아 흐르는 동안
가을이 제법 무르익고 말을 아끼니
이별은 늘 그렇게 맺는 열매입니다
# 단정,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