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
스산해진 바람이 낙엽을 쌓고
스산해진 노을이 금세 저물 무렵이면
아스라한 기억들도 사뭇 고즈넉해집니다
간밤의 열띤 고백들도
지난 계절의 절절한 애틋함들도
모두 수그러든 채 침잠해가는 가을
겨울의 문턱을 알리는 소식에
제각기 놀라 말문을 엽니다
누군가는 스산한 바람 탓을 하면서
또 누군가는 노을이 너무 빠르다면서
제 할 말을 잊은 채 서두르는 풍경입니다
어제의 수줍은 감정들도
그제의 어설픈 몸짓들 하나하나에도
모두 없던 일처럼 아무렇지도 않은 밤
그렇게 겨울이 다가오면
제각기 서둘러 감정의 짐들을 싸고
이윽고 첫눈을 기다리는 마음만 남아
스산함을 달랠 노래 한 곡 기다릴 뿐입니다
가장자리에 피고 지는 꽃들처럼
한 계절을 추억하는 최소한의 방편이겠습니다
사랑의 무덤덤함을 일깨우는 풍경이겠습니다
# 단정,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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