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지 않는 사람
이별에 익숙한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만한 슬픔을 잘 견디는 사람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만한 슬픔을 극복할 용기조차 없는 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허무에 익숙한 사람일수록 더 좋아하지 않는다
그 허무로 인한 자유로움에 취한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걸 넘어서려는 노력이 게으른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기적인 삶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기심을 이타심으로 대신할 수 없다는 이를 옹호하지 않는다
이타심이 이기심보다 못하다는 이의 말을 결코 믿지 않는다
위악보다 더 나쁜 게 위선이라 말하는 이를 믿지 않는다
극도로 이타적인 사람한테 몹쓸 짓을 하는 이를 멀리 한다
이별에 아파할수록 이별에 취하는 이도 좋아하지 않는다
허무에 취한만큼 자유로운 영혼 역시 좋아하지 않는다
그 자유로움만큼 서늘하고 섬세한 영혼은 더더욱 멀리 한다
제 풀에 지친 짝사랑 앞에 눈물짓는 삶을 선호하지 않는다
노력이 늘 부족했다며 스스로를 학대하는 삶을 경멸한다
언제까지고 사랑은 늘 이타적이기만 해서
언제까지고 허무는 늘 무의미하기만 해서
언제까지고 이별은 늘 가슴 아픈 추억이기만 해서
그것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것들을 사랑하는 이를 더더욱
좋아하지 않는다
실은 내가 그랬고 실은 내가 그렇고
실은 당신도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고 그렇다
# 단정,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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