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by 단정


단풍



두 번째 꽃으로 필 계절이기도 전에

바람이 먼저 낙엽처럼 지고 있었습니다

기다림은 늘 늦는다는 법이기에

스산한 계절의 길목을 바람이 먼저 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낙엽이 따라서 뒹굴고

기어코 핀 붉은 꽃잎도 함께 흔들립니다

계절을 닮은 고즈넉함이 차마 못 미더워

기다림은 늘 늦어야만 하는 법이라기에

기다림보다 지친 눈물이 함께 메마르면

메마른 밑동에도 먼저 내려앉습니다

두 번째 꽃으로 핀다던 계절이기에

바람은 먼저 그리움을 담은 채 흐르고

기다림도 더는 늦기 힘들다는 걸 알아

지루한 기다림을 대신할 추억을 담고

한 그루 한 그루를 연결할 그림자처럼

낙엽들만 다시금 소복이 쌓여갑니다

때로는 계절보다 먼저 이기기 위해서

낙엽보다 먼저 단풍으로 물들기 위해서

붉은 기다림이 그저 속절없기만 한대도

더는 늦기 힘든 망각의 계절로 향하고

낙엽보다 먼저 누군가를 그리워하려면

발길은 저마다 더 먼저 바빠지기만 해

이보다 더 바쁜 계절도 없곤 했습니다

# 단정,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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