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달
단풍이 저물 무렵이면
달이 차오르곤 합니다
달의 모양을 보며 사흘이면 보름일 거라 말했는데
막상 보름이 언젠가는 잊고 지내는 편입니다
계절이 어스름한 달빛에 물들 때
단풍은 스산히 자취를 감추고
제 홀로 달빛만 남아 흐르고
제 사랑도 기어이 흐릅니다
사랑은 늘 북서풍을 닮아서인지
매섭고 차갑고 손이 시리고
때때금 구들장이 그립기만 했습니다
겨울의 단풍이 마지막 빛을 고하듯
겨울의 사랑도 때때로 잔인한 법이어서
그 잔인함을 어떻게 이겨낼까 하는
오랜 숙제들만 항상 남곤 하여서
오늘도 한가득인 밀린 숙제를 놓고
하염없이 둥근 달만 보았습니다
# 단정,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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