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

by 단정


대한




목적지도 없이 추적추적 걷는

눈 덮인 골목길에 부는 바람은

언젠가부터 더는 낯설지가 않고

낯선 얼굴들이 갖는 인상들처럼

두렵거나 혹은 애달프지도 않고

춥기로는 또 엄청나게 추워서

언 손을 호호 불면서 비벼대고

목이 잠길까 봐 한 번씩 중얼대고

그래도 대한인데 가장 추워야지

직장도 없는 사내들의 통화에

잠시 귀를 기울이면 듣는 얘기들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에 파묻혀

더는 들리지도 않을 가정사에

잠자코 말을 더 얹기는 힘든 형편

그래서 계속 날씨 타령만 하고

춥지 않냐며 얼른 집으로 가라고

통화 종료음이 울릴 때까지 계속

# 단정,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