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졸함에 대하여
밀린 설거지를 하느라 전화를 왜 못 받았느냐는 핀잔에 말없이 묵묵히 듣고만 있던 아침은 왠지 모를 억울한 감정이 솟구치는데
설거지 좀 똑바로 하라는 핀잔 앞에서 그만 화가 치밀고 만다 직접 해보라며 대꾸를 하지만 상대방은 더 크게 화를 내거나 그저 웃기만 하고
생각해 보면 설거지를 직접 한 게 몇 년 되지도 않은 일이어서 괜히 생색만 내다 얻는 핀잔이기에 도로 아무 말도 못 한다 화를 낼수록 손해니까
설거지도 해야 하고 전화도 꼬박꼬박 받으려면 시는 언제 쓰냐는 항변에 그게 대체 무슨 상관이냐며 도리어 질책을 받고... 맞는 말인데
하여 이어폰을 꽂은 채 설거지를 하려면 물에 닿을까 싶어 영 신경이 또 쓰이고 하다못해 수도 물소리조차 잘 안 들려서 또 신경질을 내고
생각해 보면 설거지 하나 갖고도 이럴진대 왜 쏟아져 나오는 뉴스더미 속에선 단 한 번 화조차 낼 수 없었는지... 왜 스스로 침묵했는지를
왜 설거지보다도 더 큰 일들에 대해선 반성도 분석도 개선시킬 방도도 찾지를 못해
애먼 설거지 타령만 되풀이하고 있는지
참으로 옹졸하다
옹졸하다
감정을 분출하려는 목적이 참 좀스러워
좀스런 인생이 될까 봐 더 민망스러운 일들
# 단정,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