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달, 새벽
혹독한 칼바람의 밤
하늘에 둥그런 달빛이 흐르고
땅에는 천 개의 별빛이 빛나면
시린 낯에도 불빛이 고인다
불빛이 어디로 흐르는지
어디로 흘러가야 하는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섣달은 왜 섣달이어야 하는지
정월이 곧 다가온다는 얘긴지
아무도 알 수가 없었다
다만 칠흑 같은 어둠 속
찬란하게 환한 빛을 지켜보면
아득하기만 한 감정들도 이내
수그러들고 잠을 쫓는다
계절이 늦음을 반성함과 함께
늦지 않을 약속을 기억하는 일은
꺼지지 않는 불빛을 애도하는 일
잠을 쫓기도 전에 서둘러 나서면
예고 없는 새벽잠이 다가올 텐데
추위쯤도 가벼이 넘겨갔을 텐데
손이 시렵다 이내 발끝이 시렵다
혹한 속에도 그윽하기만 한 불빛
# 단정,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