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볼까 봐 두려운 나머지
누군가를 알아본다는 일은
사실 두렵습니다
느닷없이 알게 된다는 일은
사실 당혹스럽기 때문입니다
이름을 들켰다는 일일까 봐
주소를 들켰다는 얘기일까 봐
전화번호를 안다는 말일까 봐
어젯밤 대화를 기억하는 걸까 봐
마음속 못한 얘기를 아는 걸까 봐
미처 알리지 못한 안부를 안다면
말하지 않는 일을 안다고 말하면
역시 당혹스럽기가 그지없습니다
사실은
몰라도 아는 척하는 게
그래서 넘겨짚는다는 일이
훨씬 더 위험해 두려울 텐데
아는 건 아는 대로
모르면 모르는 대로가 좋은 건데
그게 잘 안 되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모르는 척한다는 일은
훨씬 더 두려운 일입니다
모르지 않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 단정,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