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감

by 단정


피로감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낯선 말투에 옷매무새에 억양에 뒷머리에 묘한 복장에 신발에도 생각하는 일과 골라서 썼을 안 좋은 의도의 단어에도 무력할 수밖에 없다는 건 피로감을 느낀다는 건

수치스러운 일입니다

적당히 맞는 분위기에 잘 어울리고 조금이라도 이해할만한 태도를 갖는 이를 그렇지 않게 못마땅해하거나 잘 맞지도 않고 어울리지도 않는 분위기와 이해도 못 할 이를 억지로 가까이하려 했거나 둘 다를 생각해 보니 수치스러울 뿐입니다

내가 못나서 내가 너그럽지 못해 내가 잘 몰라서 내가 존중받지 못해 존중하지도 않을 이한텐 그저 침묵만이 맞았을 뿐인데

하루 종일 그 생각만 하면 부끄럽습니다

무얼 바꾸려고 시도하지도 않았고

무얼 바꾼다고 해 격려한 적도 없이

무얼 한다고 해 무덤덤하게 볼 뿐

전혀 알지도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그저 아는 척만 그 시늉만 해댔습니다

그저 부끄러울 뿐입니다

무지했음을

안일했음을

그저 혹독히 반성하는 일뿐입니다

그저 슬프기만 한 일입니다




# 단정,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