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난 그림
칸딘스키를 보려면 닭 볏부터 먼저 공부해야 한다던 한 선배의 말에 피식 웃었습니다 어떤 그림이었나 싶어 미술책을 한참 쳐다보기도 했습니다
샤갈의 그림들 앞에서 조심스레 셔터를 누르던 순간, 잠시 멍하니 허공을 향하는 날갯짓을 떠올렸습니다 샤갈의 색감이 너무 화려해 칸딘스키의 추상화조차 잠시 잊고 지냈던 모양입니다
발은 여전히 시리고
날씨도 여전히 춥고
둘 다 추운 나라에서 살았던 걸 생각하니 그림을 그렸을 때도 이렇듯 오들오들 떨었나도 생각했습니다 아마도 우리 둘 역시 추운 나라를 살고 있을 겁니다
아직 캄캄한 새벽하늘에 벌써 반달이 된 섣달은 봄기운이 오려면 여태 더디기만 합니다 기약 없이 떠난 이도 언제쯤 돌아오려나 날짜를 헤아립니다
발은 여전히 차갑고
눈물도 어느덧 식고
따뜻하지 않아도 좋을 헤어짐이란 말에 그런 마음이 담겼었나 봅니다 재미난 그림 한 장이면 족하다는 얘길 그리 알아 들었습니다
# 단정,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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