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하게 된다면

by 단정

우리가 사랑하게 된다면




만일 우리가 서로 사랑하게 되면

그건 기적 같은 일일 거야

먼발치 눈이 오는 소리를 듣고 있어

그 너머엔 네 발자국 소리가 들리고

가쁜 호흡에 잠시 멎는 숨소리도 들려

이내 달려갈 수 있겠지만

어디에 있는지 무얼 하는지조차 몰라

캄캄한 하늘에 내리는 눈을 맞고 있어

만약에 말이야 우리가 서로 사랑하면

그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 거야

먼발치 새벽을 걷는 아침을 보고 있어

그 너머엔 네 묘한 표정이 서 있어서

한참을 잊고 바라볼 시간도 필요해서

그래서 또 곁을 찾아 헤맬 텐데

무슨 생각인 건지 무얼 좋아하는지도

눈처럼 하얗기만 한 내 머릿속에서도

그건 그저 지나치면 그만인 일일 거야

만약에 말이지 우리가 서로 그리워하면

저 눈처럼 하얄까 아니면 새카맣게 될까

한참 하늘에 대고 그걸 중얼거렸어

아무 말없이 또 내리기만 하는 눈

눈처럼 사랑을 하게 될 거야

소복하게 담백하게 말이지

담담하게 말이지




# 단정, 2026

매거진의 이전글재미난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