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못한 말은 노래가 되어
말할 수 없는 것들
침묵 속 단어들은 스스로 빛을 발해
언젠가부터 내 몸 안 숙성된 무게를 안고
지나친 말들이 제풀에 지쳐 피안으로 향하면
침잠해 있던 못했던 말들이 다시 일어나고
제 빛으로 온통 내 몸을 휘감으면 어느덧
한 편의 노래가 되어 천천히 흐르게 되고
그렇게 흘러나오는 노래를 가만히 듣다 보면
시간은 무심해져서 적적함이 사라지고
알 수 없는 막연함이 조금씩 정체를 드러내
마침내 구체화된 시작을 알리는 신호가 되고
영원을 꿈꾸지 못한 단어들이 사라진 자리에
음률과 리듬으로만 메워놓는 일종의 배려
스스럼없이 철 지난 인연을 수놓는 자비심
그렇게 한 가락 곡조가 저절로 이루어진다면
남김없이 음표를 그려 넣던 추억도 되살아나
성큼성큼 다가오는 새벽 공기마저 반갑기도
그렇게 다가오지 못한 한 사람을 생각하기도
그렇게 머물다 간 헌신을 향한 그리움이기도
하여 비로소 완성되기 시작하는 음악으로도
못내 담아둔 마음 한편을 꺼낼 줄 아는 새벽
세상에 만약 영원 같은 게 있으면 그건 아마
노래로만 남아 유구히 흐를 터인데 말이지
# 단정,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