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등 뒤에서

by 단정


너의 등 뒤에서




왜 몰랐을까

좁고 작은 어깨 너머로 한가득 울음인 것을

세상한테 인정받지를 못해 절망했었음을

그토록 몰래 노력해 왔었음을

왜 몰랐을까


하여 그 좁은 어깨 위에 살짝 손을 얹고

뿌리치려는 네 표정 안에서 안도를 읽고

세상한테 굳이 인정받지 않아도 좋다며

알려달라는 말뜻을 거짓말로 퉁쳤을까


왜 그랬을까

스스로 감당하기 힘든 약속이라서

자기도 그 약속을 지키는 게 버겁다는 걸

제 한 몸 끝끝내 부서지면서 지킨다는 걸

이미 잘 알아서였을까

아니면 모른 척하고 싶었던 걸까


어차피 누구나 알게 될 노릇

하여 감당하기 힘든 약속을 자꾸 해대는

그 좁은 어깨에라도 잠시 기대고팠을까

그렇게라도 사랑이라는 걸 하고팠을까


왜 울었을까

노력만 한다고 이루어지는 게 아님을 알아서

약속을 했다고 사랑이 영글진 않음을 알아서

그래서였을까 또 아니었을까

어둠 가장 가까이 등 돌린 채*

왜 그리 서럽게 울었을까



* 조현석, 호퍼의 등




# 단정,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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