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각, 봄
완연한 봄날이었어요
그대를 처음 만난 순간부터 모든 게 행복투성이가 되는
아주 놀라운 경험을 남모르게 느꼈던 그날
청바지 차림에 수수한 얼굴로 들국화처럼 활짝 웃던 표정에서
어쩌면 그만 희망, 사랑, 설렘 같은 단어들을 떠올렸겠지 뭐예요
차 안에서 한강의 물줄기를 바라보며 들었던 생각은 등단이고 뭐고간에
일단은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뿐
그래서였는지 말이 많아졌을 뿐이고
그게 좀 창피스럽기까지 했어요
아무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들어주던 표정을
수줍어 한 채 단 한 번 쳐다보질 못했어요
그래도 좋았어요
누군가한테 경청을 바란 적 없었고
무엇을 더 바란 적은 더더욱 없었지만
그대의 표정 안에서 어쩌면 그걸 발견할까 봐
조금은 두려워서 그랬을 거예요
불편한 기색 하나도 없이 임진각을 거닐고
전망대에서 바람을 쐬며 강물이라도 보면 좋았을 것을
미처 생각하지도 준비하지도 못한 게
미안했고 마음에도 걸렸어요
바람의 언덕을 산책하였어요
가장 행복한 순간을 떠올릴라 치면
아마도 두고두고 그 장면을 잊지 못할 거예요
언젠가 아주 긴 세월을 지나 그날을 추억할 때쯤
제가 비로소 그 이야기를 꺼내도록 할게요
반가웠어요...
즐거웠고요... 또 안녕
단 한 명의 동지, 그대
# 단정,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