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의 첫 편지
꽃망울이 채 피기도 전부터 봄의 안부를 묻던 심경을
안부를 핑계 삼아 한 번이라도 더 말을 나누고팠던 이유를
그래서 짐짓 눈치를 채고도 애써 모르는 척
서로가 서로한테 해주어야 할 말들만 남겨놓은 채
아직도 못 다 한 말들이 차곡히 쌓였다는 것을
기억하는지요
구례의 벚꽃길을 한참 걷다가도 또 생각났음을
선운사 뒤뜰에 핀다던 동백숲의 아우성을
미처 보지도 못한 꽃들을 먼저 나누고픈 마음을
또 애써 모른 척하며 짓궂게 농담을 건네던 웃음을
그리도 기억한다면
올해의 벚꽃이 벌써 이르게 핀 사실에 대해서도
일부러 소식처럼 남긴 안부와 수줍어 한 표정도
그래서 결국엔 또 얼버무리고 말 대사들 역시
올해는 어찌 좀 알고 또 듣게 될까 말이에요
# 단정,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