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슬픔과 마주한 때는

by 단정

봄날, 슬픔과 마주한 때는




기다려도 더는 오지 않는 이를

기다리면서도 내내 믿지 못하는

그런 참혹함이 비를 맞는 날이면

서슴없이 바깥에 나가 비를 맞는 법

무던히도 애를 써 피어난 벚꽃들이

이런 비는 처음이야, 하면서 지는

그 무참함이 버거워 한 번 돌아보는

그런 날에도 때로는 음악이 흐르면

하다못해 무척 잘 아는 노래였다면

기어이 울음보를 터뜨렸던 이에게

단 한 번 해주지 못한 말이 있다면

그래서 또 자꾸만 생각이 났었다면

어떻든 말은 해주고픈 마음이 있고

서성인 길목에서 잠시 전화를 꺼내

전하고픈 말이 있었다고 또 그래서

전하게 될 말을 찾지 못해 헤매면

불쑥 찾아든 건 그리운 감정이라고

후회 없이 살고프다면서 떼를 쓰고

정녕 이 봄이 슬프기만 한 까닭이면

그런 봄날의 빗소리는 또 뭐냐면서

한참 동안 말이 없는 전화에 대고

그저 봄날이 좋아 전화를 했다면서

한참 동안 또 말이 없는 내 고백은



# 단정,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