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단정시집

소외

by 단정


소외




누군가 먼저 일부러 그러는 것도 아닌데

말을 내놓고 또 알아서 주워담는 일이란

그저 오는 말 한 마디에 다른 뜻을 품기도 해

건네는 말끝에는 아무런 뜻을 품지 않기도 해

오가는 말들에 대한 엇갈린 낙인을 품게도 돼


먼저 온 말들에서 원래는 내비치지 않은 일도

일부러 말을 삼갔던 이유도 다 뭉뚱그려져서

말끝이 흐려질수록 자꾸 더 초조해지기만 해

나중에 보탠 말이 분명히 지목하기 힘들던 일

알고 보면 일부러 그리 숨긴 것도 아니었는데

맥없는 다른 말들만 바깥 날씨처럼 요란해도


기어코 침묵의 시간들이 또 찾아온다면 혹은

주지도 않은 말들을 미리 알면서 건네받는 일

보내지도 않았을 말들을 먼저 답하는 것처럼

하여 그 침묵이 더 오랜 것일 수 있는 것처럼

그런 것들을 안다면


외면하면 할수록 점점 다가오던 그림자처럼

울부짖고 또 울부짖을수록 점점 더 점점 더

멀어져 간 그림자처럼




# 단정,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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