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음악들
음표가 없는 거리를 걷다 마주치는 선율이 있다면, 꽤 익숙하고도 낯선 화음들이 공중에 퍼지면, 하늘 위 구름처럼 뭉게뭉게 피어오르면, 저절로 걸음을 멈춰 음표들을 찾기 시작하면
이윽고 전기기타의 독주가 울려 퍼지면, 비로소 아아 그 노래, 하며 반가이 맞고 내겐 길거리가 곧 콘서트장이고 길가에 빼꼼히 놓인 스피커도 웅장한 앰프가 되고 가슴은 쿵쾅대면서 하늘을 향해 솟구치기만 하고, 먼 시절의 나를 추억하듯 저절로 몸이 가벼워져 발끝에 힘을 주고 내내 음표들을 새겨 넣으면
광장을 걷던 낙타가 비를 맞고
흐린 길목에 돌 하나를 놓으면
나지막이 부를 수 있는 이름
때로는 그곳에서 마주친 인연들이 제법 가벼울 때가 많아서, 깔깔대며 웃는 교복 입은 학생들은 두 손을 펼치며 하나의 율동이 되고 단 한 번 춤을 춘 적 없는 내가 발끝을 까닥이면 금세 구두 끝이 닳아서, 그 시절의 내가 사랑한 화면들을 차곡차곡 접어서 가방을 찾아 넣으면
핸드폰만 계속 만지작거리고, 기다려도 오지 않는 발신음은 이제 고음부를 향해 치솟는데
여보세요, 낙타가 먼저 물었어
어떻게 하면 사막을 건너냐고
함께 갈 수 있겠냐며 또 웃고
내 등에다 물주머니를 챙기면
광화문 모래벽에도 비가 멎고
다시 또 가을, 햇살, 긴 동행
어느새 노래가 끝나면, 다시 웅웅대는 소음들을 향해 걸으면, 머물렀던 순간들을 지운 채 총총히 재촉하는 거리의 끝에선 항상 말갛게 핀 햇빛이 눈부시기만 해서
낙타는 슬쩍 내 손을 잡았지,
내 손은 그의 볼을 꼬집으며
함께 웃겠지
너는 나라고
벽은 문이고
# 단정, 202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