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단정시집

장독 14

- 햇살 좋은 봄날

by 단정


장독 14

- 햇살 좋은 봄날




함께여서 좋았다


옆자리엔 고추장 된장 김장이 함께 있고

처연한 장독대 위로 쏟아지는 햇살


반짝거리며 다들 옹기종기 모여 앉는 오후

졸음이 살짝 스치기라도 하듯

한 녀석은 금세 덜그럭 소리를 냈다


오후의 한때

얼마전에 푹 썩은 김치를 담궈둔 독에서

푸시식 푸시식 하며 묵은지가 생겼고

내 몸 안 깊숙하게 처박힌 고추 몇 개

그냥 꺼내도 좋을 장아찌가 되었을 텐데

햇살의 따사로움에 취해 잠을 청한다

옹기종기 모여 앉은 장독대라서

정겹기만 한 친구들이 함께라서

마냥 좋기만 해서

슬며시 청하는 잠

봄날의 오후

# 단정, 202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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