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의 노래
2008년 6월 10일 저녁 여섯 시
안치환의 '자유'가 광화문 네거리에 울려 퍼지고
그때만큼은 뭔가 달라질 것 같은 막연한 기대 속
광화문에서의 첫여름은 그렇게 맞았었나 보다
2009년 5월 29일 오전 열한 시
노찾사의 '임을 위한 행진곡'을 같은 곳에서 듣고
그때 눈물이 나던 이유가 무력감 때문인지 묻고
광화문 네거리는 여전히 무심하기만 했나 보다
그리고 또 그해 여름 어느 날에는
또 한 명의 대통령이 더 죽고 시청 앞 광장에도
더는 예전 노래를 들을 수 없게 되기도 했었고
역사는 썩지 않았고 그래서 계속 흐르기만 했고
2011년 10월 26일 저녁엔가는 김어준도 봤고
그해 겨울에는 한미 FTA 반대집회가 또 있었고
유시민의 연설을 한참 지켜보기도 했었는데
2014년에야 시청 앞이 아닌 청계천 광장에서
저녁 늦게 나타난 우원식 의원의 연설을 듣고 또
빠르게 흐르던 세월만 탓하기엔 스스로가 무력해
그래서 그 아이들도 가슴속에 묻기만 했었는데
역사는 썩지 않았고 그래서 계속 흐르기만 했고
2016년 겨울을 호되게 이긴 이듬해의 광장에서
대통령이 된 그의 연설을 잠시 듣고 서 있었는데
그 이듬해부턴 또 그곳에 성조기들만 펄럭대고
백 만이 모였다는 광화문도 이제 낯설기만 했다
2024년 겨울을 또 힘겹게 견뎌낸 숱한 몸짓들이
이제 또 다시 광화문의 봄을 맞고자 모여들었고
뭔가 달라질 것 같은 막연한 기대감도 없이 다만
뭔가 바로잡아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좀 생겼다
역사는 썩지 않았고 계속 흐르기만 할 것이고
2025년 봄, 광화문 앞에선 어떤 노래를 들을까
들리게 될까 들을 수 있게 될까 역시 궁금한데
잠시 그런 생각을 좀 해봤다
# 단정,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