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유월의 밤기운은 아직 차갑습니다
한양대 벤치에서 노숙을 하던 시절이 칠월이었다면, 또 경희대 운동장에서 밤을 새우던 시절이 가을이라면 아마도 그 시절의 유월들 역시 더더욱 그랬을 것 같습니다
서늘함이 곧 익숙해지기도 전에 무더위가 한창인 여름을 향하곤 했어서 기다리는 데 익숙해진 것 같고요
캠퍼스에서 보냈던 밤들이 때때로 낯설고, 위험하고, 또 가끔씩 동지애를 확인하기도 합니다만... 요즘 같은 시절에는 꿈도 꾸기 어려운 얘기들일 뿐입니다
더 이상 말을 건네기 어려운 때가 많아졌습니다
그 시절에는 묵묵함이 해결해 주리라 착각했지만, 어느새 이별 앞에 더 묵묵해져 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게 곧 사랑인가 봅니다
유월의 밤기운은 아직 차갑기만 합니다
홍제역 벤치에서 술에 취한 채 뻗은 새벽인데도, 또 까치산역 대합실에서 희멀겋게 눈을 뜨는 새벽인데도 도무지 알 길 없는 행적들은 알리바이조차 없으므로 그 시절의 유월들마저 무죄인 건 아닙니다
선선한 바람이라도 훅 얼굴을 스친다면 다가올 무더위 역시 매한가지일 뿐인 운명임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익숙해진 탓입니다
더 이상 말을 걸기가 어려울 적이 많음에도
끝내 자리를 지킨 믿음이 설령 배신한대도
묵묵히 제 자리를 지켜내는 일 역시 어쩌면
낡고도 남루한 옛사랑의 그림자일 뿐입니다
아무도 더는 그리워도 슬퍼하지도 않는
자잘한 추억의 나이테 한 줄일 뿐입니다
* 단정,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