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 앞에서 미안하다는 말을 건넬 때

by 단정

역 앞에서 미안하다는 말을 건넬 때



미처 넌 몰랐을 거야

어렵사리 꺼낸 말이 사과일 줄도 모른 채

무덤덤히 괜찮다고만 말하는 너에게

어렵사리 헤어지자는 말도 못 하던 내게

무덤덤히 괜찮다고만 말하던 너였기에

미처 넌 몰랐을 거야

땡볕을 피해 그늘에 몸을 숨겼을 때도

한사코 괜찮다던 너에게 그 괜찮음이 서운해

괜찮지 않음을 묻고 또 알았다고만 답해

그게 더 서운했는지도 몰라

미처 그 말을 꺼내지 못한 건

미처 그 말을 할 준비조차 안 된 내가

준비조차 안 된 말이 더 미안해서 그랬을 거야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던 말

누구의 책임도 아니라던 말이 인두가 돼

가슴속 깊이 화상으로 박혀버린 그 순간에도

# 단정,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