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단정시집

유보적인 단어들

by 단정

유보적인 단어들



이상하지 않니

저 아름다움을 관찰하기 위해 우리는 아름다움으로부터 격리되어 있어

문을 열면 어둠이 이동한다

눈밭 위에서 우리는 덜 검은 것이라 불리기에 적당했다

입고 온 하얀 스웨터를 부를 다른 말을 찾아야 했다

- 김리윤, '비결정적인 선'에서 ("투명도 혼합 공간", 문지 2022)


한참을 서성였다

마지못해 한 마디 말이 식사 인사라면 우린 헤어졌을까

끝끝내 답을 찾지 못하였고

함께 한 시절들이 있어서 좋았다

어느 차가운 겨울밤 네가 건네준 따뜻한 위로처럼

어느 선선한 새벽에 말갛게 웃던 네 대화창처럼

때때로 신선한 기운은 연초록 잎으로 무성하고

함께 그리워한 시절들도 있었다

어느 봄비가 창문을 두드리면 반갑게 인사할 수 있고

어느 장면에서는 눈자위가 흐려지기도 했었다

남들 몰래 키워온 사랑은 그만큼 유보적이었다

때이른 새벽

공중전화 부스가 사라진 거리에서 핸드폰을 만지작대다

끝끝내 전화를 걸지 못하였고

부재의 그림자는 점점 더 길어져야만 했다

철 지난 단어들을 잠시 머뭇거리게 만들었다

유보적인 계절이 함께 흐르고 있었다

# 단정, 202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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