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토끼 네가 왜 사라봉에서 나와?

#3 사라봉 등대

by 김용희

사라봉은 예로부터 사봉낙조(沙峰落照)라 해서 저녁 해가 멋지기로 유명하다. 일단 사라봉에서 실컷 운동하고 별도봉에서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와 제주항을 구경한 뒤 석양이 질 때쯤 등대로 향하면 좋다. 어느 날 H 언니가 나에게 물었다.


“자기야. 사라봉에 있는 등대 카페 가봤어?”

“아니오. 등대까지는 가봤는데 거기 들어갈 수 있는 거였어요? 민간인 출입금지인 줄 알고 입구에서 그냥 돌아 나왔는데...”

“아냐. 거기 들어갈 수 있어. 얼마 전에 가서 사진 찍었는데 보여줄까? 뷰가 진짜 장난 아니야.”

“정말요?”

나는 H 언니와 등대에서 찍은 사진을 함께 보았다.


“여기 보면 등대 뒤로 전망대가 있거든. 거기 난간에 작은 비행기 모형이 붙어 있는데 하늘에 진짜 비행기가 날아갈 때 모형비행기랑 이렇게 같이 찍으면 참 예쁘다.”


나는 언니가 찍은 사진들을 감상했다.

“이야. 진짜 뷰가 장난 아니네요. 바다 색깔 봐. 비행기도 멋지다.”

“자기 여기 안 가봤으면 한 번 같이 갈까?”

“네. 좋아요.”


나는 그렇게 H 언니와 사라봉 등대로 향했다. 일단 등대 정문에서 보는 등대뷰가 외국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언니 여기 너무 예쁘잖아요. 그리스 같아요.”


나는 하얗고 동그란 등대 지붕과 파란 바다가 펼쳐진 제주항을 찍으며 말했다.

“여기 봐봐.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등대 16경이래.”

언니는 등대 정문 오른쪽 담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멋진 등대 16곳을 뽑은 건 가봐요. 제주에서는 우도랑 마라도 등대가 뽑혔네. 뭐야 사라봉 등대는 없네? 여기 예쁜데 좀 아쉽다.”

나는 정문 안으로 들어가며 중얼거렸다.


“아 저기. 저기로 가자.”


나는 H 언니의 안내를 따라 전망대로 갔다. 전망대는 별도봉과 제주항이 한눈에 보이는 매력적인 뷰가 펼쳐지고 있었다. 그때 언니가 소리쳤다.


“머야. 비행기 날개가 떨어졌잖아.”

“어디요? 비행기 날개가 떨어졌어요? 안 보이는데.”


나는 지금 하늘로 날아가는 비행기 날개가 바다로 떨어진 줄 알고 두리번거렸다.


“저기 난간 작은 비행기. 날개 떨어졌잖아. 모형 비행기랑 진짜 비행기 같이 찍으면 예쁜데 오늘 못 찍겠다.”

언니는 바닥에 떨어진 비행기 날개를 보며 사뭇 아쉬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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