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산오름은 <제주시 아라일동 산 37-1>에 있는 오름이다. 이곳은 작은 편백 숲으로 걷기 아름답고, 평상이 많아 여름에 수박을 갖고 숲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다. 내가 처음 이곳을 알게 된 건 아침 걷기를 같이 하는 H 언니 덕분이었다. 언니는 이곳에 평상이 많아 쉬기 좋으니 언제 한 번 같이 가자고 했다.
'뭔가 좀 심심한 숲 아닐까?'
평소 걷기 좋아하는 나는 숲이 작고, 사람도 많다고 하는 이 소산오름에 선뜻 들어가진 못했다. 뭔가 복잡한 건 그리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곳을 이 숲 건너편 <제주시 아라일동 산 67-4>이었다. 이곳은 삼의악 오름 관음사 코스로 숲이 깊고 사람이 없으며, 한 번 들어가면 만 보를 걸어야 간신히 빠져나올 수 있어서 강제운동으로 아주 좋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나는 삼의악 오름으로 들어갔다.
'역시 너무 높지도 않고 낮지도 않은 이 정도의 경사 너무 좋다. 심심하지 않고 딱 좋아!'
삼의악 오름을 찬탄하며 신나게 혼자 걷고, 시원한 기분을 느끼며 나오려는 데, '이 시점에서 집으로 음식을 배달해 놓으면 내가 집에 갔을 때 맛있게 먹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원래 나는 숲에 들어가면 온전히 숲에 집중하고, 이런 생각을 잘하진 않는 데, 숲이 익숙하다고 좀 자만했던 것 같다.
산길을 내려오며, 배달앱을 켜서 주문을 넣으려는데 "꺅!" 계단에서 제대로 미끄러졌다. 이 정도면 거의 '조난 각'이다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엉덩이와 팔 뒤쪽이 아려왔다.
'지금 일어나지는 건가?' 나는 스스로 물었다. 일어나기엔 너무 아팠고, 119를 부르기엔 좀 덜 아픈 애매한 상황이었다. '아, 조난은 이런 식으로 당하는 거구나.' 나는 많은 생각을 하면서 어떻게든 일어났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이 정도 다친 게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지금 내가 여기서 못 일어나는 상황이라면... 생각만 해도 아찔한 순간이었다.
일단은 일어났기 때문에 걸어졌다. 그나마 여기서 내려가는 길이라 몸이 좀 풀려 있어서 다행이었지, 준비운동 없이 떨어졌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아침에 요가하고 온 것도 큰 부상을 막은 천운이라 생각했다. 두 명의 등산객이 내 앞으로 걸어왔다. 아마 이제 숲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인 것 같았다.
"안녕하세요?" 먼저 내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나도 아무 일도 없었던 듯 태연하게 인사했다.
'아휴, 빨리 일어나서 다행이지. 조금만 늦었으면 누워서 저분들께 인사할 뻔했네.'
머릿속에 상황이 그려지는 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좀. 나는 다치지 않고, 아프지만 어쨌든 일어나 준 내 몸에게 감사하며 삼의악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