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도민들의 가성비 맛집 '천둥소리'
제주에서 대표적으로 먹을 수 있는 제주 음식 하면 '돼지고기'를 빼놓을 수 없다. 많은 사람이 '제주 돼지' 하면 가장 먼저 '제주 흑돼지'를 떠올리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 제주의 돼지는 일반 돼지도 흑돼지만큼 맛있는 것 같다.
정말 중요한 것은 '흑 돼지'건 '일반 돼지'건 제주에서 '돼지고기 맛집'을 찾아내는 일이다. 어느 날 육지에서 <어려운 손님>이 방문하기로 했다. 나는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가 주변 친구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도민들이 잘 가는 맛집 리스트를 받았다.
하지만 제주에 살면 모두 느끼겠지만, 관광객이 가는 식당과 도민이 가는 식당은 확연히 나누어져 있다. 도민들은 관광객이 많은 식당은 잘 가지 않는다. 너무 붐비고 복잡하니까?
그리고 지금처럼 관광객인 <어려운 손님>을 모시고 진짜 도민 맛집을 가기에도 어려움이 있다. <어려운 손님>인데 별다른 고민 없이 평소 내가 가는 곳을 그냥 모셔가는 것 같아서?
처음 천둥소리를 소개받았을 때는 인터넷 사이트에 이 업체에 대한 특별한 얘기가 없고, 좋은 댓글은 '좋아요.', '맛있어요.' 이렇게만 짧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긴 글에는 '돼지갈비 살만 퍽퍽하고 (...) 반찬도 성의 없다.'라고 자세히 쓰여있어서 <어려운 손님>과의 방문은 포기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에게 이 맛집을 알려 준 <고독한 마라토너> 친구에게서 문자가 왔다.
"용희, 너 천둥소리 갔어?"
"아직 못 갔어."
"난 오늘도 갔어. 천둥소리 진짜 맛집이야."
"뭐가 달라?"
"나중에 한 번 가보면 알아."
평소 가성비 맛집을 잘 아는 친구의 문자에 '뭔가 있겠지?' 해서 천둥소리로 갔다.
"어? 용희 씨. 여기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
가게에 들어가는 데, 요가 선생님을 만났다.
"여기가 도민 맛집이라 해서요. 선생님은 웬일이세요?"
"제 친구가 여기 사장이라 자주 오거든요."
요가 선생님은 의외의 장소에서 나를 만나 놀란 눈치셨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곳은 도민 맛집으로 가성비 있게 신선한 고기를 먹고 싶을 때 가면 좋다.
식당이 넓고 자리가 많아 언제 가도 비교적 넓게 앉을 수 있으며, 술 한잔 기울이면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기도 좋다. 단체모임이나 회식도 많이 하는 곳인데, 그래서인지 평소 술도 안 먹는 내가 갑자기 나타났을 때, 요가 선생님께서 놀라셨던 것 같다.
천둥소리는 오겹살 1인분(180g)에 16,000원인데, 다른 곳보다 양이 푸짐하게 느껴진다. 이곳은 흑돼지 전문점인데, 흑돼지는 미리 전화로 예약해 놔야 먹을 수 있다. 사장님께 이유를 여쭤보니, 이곳에 오는 도민들이 흑돼지를 잘 안 찾아서, 평소 고기는 일반고기로 비치하신다고 했다.
나는 첫 방문 후 꾸준히 이곳을 다녔는데, 사실 내가 먹은 고기가 너무 신선하고 맛있어서 계속 그게 흑돼지인 줄 알았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내가 좋아한 고기는 그냥 오겹살이라는 것.
처음 방문한 날에도 나는 오겹살을 시켰다. 나는 이 집 오겹살의 두께가 진짜 맘에 든다. 너무 두꺼우면 익히기 힘들고 씹기 퍽퍽한데, 두껍지도 얇지도 않은 적당한 두께라 잘 익으면 정말 쫄깃하다. 육즙이 살아있어 윤기가 흐르고, 식감이 부드럽고 쫀득하다. 불판은 그냥 가스 불로 평범하지만, 고기 맛은 내가 제주에 와서 먹은 돼지고기 중 단연 최고 같다.
반찬은 딱 필요한 반찬만 주고, 특별히 화려한 반찬은 없다. 나는 이미 인터넷 검색으로 '반찬이 별로 없다.'는 글을 보고 왔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각오는 되어있었다. 자세히 따지고 보면 그렇게 적은 것도 아닌 데, 개인적인 취향이니 잘 모르겠다.
일단 반찬은 계란찜, 무생채, 마늘종, 야채샐러드, 양파장아찌, 김치, 파절임, 그리고 생야채가 나오는 데, 모든 반찬의 간이 너무 짜지도 달지도 않게 입맛에 잘 맞는다. 식재료가 신선한 게 이 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이다.
양념갈비도 어떤 집은 너무 달고 짜서 많이 먹다 보면 머리가 아파지는데, 이곳 양념갈비는 간이 있는 듯 없는 듯하게 고기 맛을 잘 살려준다. 어떻게 이렇게 맛을 낼 수 있지? 문득 조리법이 궁금해지는 맛이다. 개인 차이가 있겠지만, 이 집 양념갈비도 내 입에는 잘 맞다.
제주 셰프님들께 들은 이야기인데, 식재료가 신선할수록 간은 세게 안 해도 된다고 한다. 그래서 제주 전통음식은 간을 별로 안 하고,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조리법을 쓴다고 했다.
그런 연유로 같이 식사하러 갈 때면 나의 절친 모자리나 언니가 나에게 항상 이렇게 말한다.
"우리 강생이는 너무 짜게 먹어."
나는 처음에는 언니가 그냥 싱겁게 먹는 걸 좋아하는 사람인 줄 알았는 데, 내가 만난 토박이 친구들은 거의 다 싱겁게 먹었다. 아마 그 이유가 셰프님 말씀대로 간을 많이 안 하는 제주의 조리법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나도 제주에 적응하면 적응할수록 요즘에는 점점 싱거운 입맛으로 변해가는 중이다.
이 '천둥소리'는 혹시 제주 본연의 고기맛이 어떤 건지 알고 싶은 여행객들이 방문하면 좋을 것 같다. 나는 마라토너 친구 덕분에 좋은 곳을 발견했고, 그 후로 돼지고기가 먹고 싶은 날은 '천둥소리'로 달려간다.
한 번 가면 '별거 없네?' 하다가 집으로 돌아오면 고기의 쫀득한 식감이 또 생각나는 맛이랄까? 특별한 분위기는 필요 없고 편한 사람들과 제주 가성비 맛집을 찾는 사람들이 방문하기 좋다.
<천둥소리>
도남동 9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