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맛집

4. 모자리나 언니가 추천하는 '어우늘'

by 김용희

우리 동네에는 모자리나 언니가 산다. 이 언니의 별명이 왜 모자리나가 되었냐면, 어느 날 언니가 곱게 나온 파마를 하고 나를 만났을 때의 일이다.


"언니, 머리 했어요? 완전 탱글탱글 잘 나왔네요."

"너무 음악가 같지 않아? 바흐, 헨델 이런 사람들?"

"아뇨. 정말 예쁜데요? 모자리나 같아요."


모나리자를 말한다는 게, 말이 헛 나와서 이때부터 언니의 별명은 모자리나가 되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언니에게 미안한 게 모자리나로 불릴 바에는 바흐나 헨델 같다고 할 때 그냥 그렇다고 할걸.


나는 언니와 7년 전 어떤 모임에서 만났는데, 나는 첫눈에 언니가 좋아서 커피 한잔하자고 따라갔고, 언니는 도망가다 나에게 붙잡혀 대충 아무거나 빨리 먹여 보내려고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한참이 지나 언니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그날 아무랑도 얘기하지 않고 빨리 집으로 오려고 했는 데, 웬 강생이* 같은 애가 졸졸 따라오는 거야. 그래서 할 수 없이 편의점에 가서 캔 커피를 마셨지. 나는 원래 편의점 커피 잘 안 마셔. 자고로 음식은 잘 차려서 먹어야 하는 법이지."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언니는 음식을 대충 먹거나, 홀대하는 걸 정말 싫어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편의점을 좋아하지만, 나 역시도 성의 없이 대충 차린 음식이나 대충 아무거나 때우는 건 좀 싫어한다. 어쨌든 그날 내가 기를 쓰고 쫓아간 덕분에 나는 모자리나 언니랑 친해졌고, 서로 맞는 게 많아 나는 언니가 편하다.


모자리나 언니는 미식가로, 맛있는 음식을 진짜 잘 아는 사람이다. 같이 밥 먹을 때 언니는 미리 동선이랑 음식 맛이랑 이런 것들을 다 고려해서 나를 초대한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도민들은 음식을 귀하게 생각해서 누군가를 초대할 때는 그 사람의 기호와 동선을 미리 물어 상대에게 가장 편하고 맛있는 집으로 초대한다.




어느 날, 서울에서 <귀한 손님>이 제주를 방문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특별한 음식을 대접하고 싶었고, 나의 절친 미식가 모자리나 언니에게 조언을 구했다.


"무조건 '어우늘'이지."


언니의 말에 나는 포털 사이트를 검색했다.


「제주특별자치도 우수관광사업체 지정 조례 제정 이후 2회 연속 우수관광사업체 1호점으로 지정된 음식점으로 자연과 어우러진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갖춘 퓨전 전복요리 전문 레스토랑이며, 소규모 연회, 귀한 손님 접대, 연인과의 데이트, 가족과 오붓한 식사 등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입니다.」


사장님께서 직접 적어 놓으신 업체 소개 글을 보고 나는 귀한 손님 접대에 적합하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전화로 예약하고, 방문하기로 했다. 이곳은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만 영업하고, 일요일은 쉬기 때문에 손님들의 여행 동선을 잘 파악해서 초대해야 했다.


매장에 방문했을 때, 난 이곳의 매장 분위기 때문에 더 맘에 들었다. 나는 처음 전복요리 전문 레스토랑이라고 해서 기존에 생각하던 신발 벗고 양반다리 하고 먹는 한식집 같은 분위기를 생각했는데, 층고가 높아 전체적으로 시원하고 깔끔한 레스토랑 같은 분위기라서 더 좋았다.


하얀 벽에 샹들리에가 있고, 곳곳에 따뜻한 전등이 놓여 있고, 식탁에 마주 앉아 먹을 수 있어서 서로 약간 거리감이 있는 귀한 손님 접대에 적합한 분위기라고 느꼈다. 매장 뒤로 보이는 숲 풍경이 이곳이 제주임을 명확히 말해주고 있는 듯했다.


우리는 안내받은 식탁에 자리를 잡고 사장님의 메뉴 설명을 들었다.


"돌솥구이 정식은 전복구이가 따로 나오는 거고요, 전복돌솥밥은 전복이 돌솥밥 위에 올려져 있다는 게 달라요."


나는 사장님 설명만 듣고는 33,000원의 돌솥구이 정식과 22,000원의 전복돌솥밥이 무슨 차이인지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귀한 손님이 오신 자리니까 돌솥구이 정식으로 시키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돌솥구이 정식의 구성 메뉴는 돌솥밥, 전복구이, 고등어구이랑 양념게장을 포함한 각종 반찬이었다. 전복구이는 깔끔하게 손질해서 절반을 절단해서 구웠는데, 일단 이런 자리에서도 먹기 편했고, 맛이 특히 좋아서 나는 다른 메뉴는 제쳐두고 전복구이부터 먹었다. 촉촉하고 고소하고 부드러워 입에서 사르르 녹았다.


"용희 님, 정말 맛있는데요. 대접받고 가는 기분이에요."

만족한 손님들의 인사에 나는 좋은 곳을 소개해 준 모자리나 언니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돌솥구이 정식과, 전복돌솥밥의 차이점은 정식을 시키면 전복구이가 1인분당 2개씩 나오고, 돌솥밥에는 전복구이가 나오지 않는 대신 밥 위에 전복이 올려져 나온다.


<어우늘>

제주시 오라2동 3103-1



*강생이: 강아지의 제주 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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