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어떤 시인님이 제주에서 북토크를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는 시를 배우고 싶어 찾아갔지만, 이날 시인님이 북토크에서 해주신 말씀이 내가 글을 쓰는 데 많은 영감을 주게 되었다.
어떤 시인님은 그 동안 여러 편의 시집을 발행했지만 이번 시집은 특히 오랜만에 발표한 시집이라 했다. 백 여편의 시 중에서 1/3만 선별해서 발행했다고 하는 이 시집은 작가의 그런 노력 끝에 밀도 있는 시들이 담겼다고 했다.
우리는 시에 관해 질문하고, 시인님의 시 낭송을 듣고 책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분위기는 따뜻하고 자유로웠다.
어떤 사람이 질문했다.
"저는 책을 쓰고 있는데, 가끔 책을 왜 만들까? 생각합니다. 좋지 않은 책을 만드는 건 나무한 테 미안한 건 아닐까? 우리는 왜 글을 쓰고 책을 만들고 있는 걸까요?"
시인님이 대답했다.
"글은 자기 삶을 거듭나게 해주는 의미가 있습니다. 글은 나 자신을 치유하기 위해 쓰는 것이지요. 반면 책은 내가 느낀 것에 대해 다른 사람과 서로 나누는 것입니다. 서로 소통하고, 위로하고, 자신만 느낀 줄 알았던 서러움 감정을 함께 공유하는 것입니다."
또 다른 사람이 질문했다.
"저는 시를 쓰고 있는데, 아직 등단을 못 했습니다. 외국에는 등단하는 문화가 없다고 하던 데, 혹시 저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부탁드리겠습니다."
시인님이 대답했다.
"저의 제자 중에 어떤 친구가 가난한 집에 시집갔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이 친구에게서 편지가 왔어요. 달력 뒷장을 뜯어서 제게 편지를 보냈습니다. 저는 '얘가 얼마나 삶이 고달프면, 이런 종이에 편지를 써서 보내나?' 생각했습니다. 잠시 후 저는 저 자신을 반성했습니다. 이 친구는 하루 1편의 시를 써서 매일 소중한 사람에게 나눠주고 있었습니다. 등단하진 않았지만 벌써 시집도 3권이나 냈다고 했습니다.
저는 시를 쓰는 건 제가 새롭게 태어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를 쓰는 경험 전과 시를 쓰고 난 경험 후 제가 다른 사람으로 태어나는 것이지요. '오늘 아침에 시를 썼으면 시인이고 안 썼으면 전직 시인'이라고 합니다. 내가 죽을 때까지 수준이 나아지고 높아질 수 있다면, 그렇게 바뀌어 가는 과정이 중요한 게 아니겠나 생각합니다.
작가는 하염없이 루틴을 가진 사람이라고 합니다. 밥은 안 먹어도 글은 써야 하는 것이지요. 영감을 기다린다는 것은 모두 거짓말입니다. 하루 10분 만이라도 계속 글을 쓰다 보면 마지막에 '쑥' 나옵니다. 하염없이 루틴을 가지고 써 보십시오."
나는 오늘 어떤 시인님의 북 토크에 정말 잘 왔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