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제주는 연극 열기로 뜨겁다. 제41회 대한민국연극제가 열리고 있고, 오는 7월 15일 연극'장수상회'에 이순재 배우님이 오신다는 소식에 어제는 문예회관 홈페이지가 20분간 먹통이 되기도 했다. 덕분에 우리 승마팀 단톡방도 연극 얘기로 가득하다.
"혜수 언니, 오늘부터 일요일까지 연극이 계속된다고 하는 데요. 갈 수 있는 날짜 있으시면 같이 가요."
나는 단톡방에 연극제 팸플렛과 글을 올렸다.
"일요일이 19금 연극."
미자 언니가 강조했다.
"전 토요일 빼고 다 갈 수 있어요."
혜수 언니의 말에 나는 재빨리 티켓을 예매했다. 수요일 연극은 이미 예매 마감되었고, 아직 좌석이 남아 있는 목요일과 금요일 표를 예매했다. 혜수 언니는 이미 일요일 연극을 보러 간다고 했지만, 나는 아직도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 만약 너무 충격적인 연극이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아서...
"연극 장수상회도 온대. '장수상회'는 낼 2시 티켓 오픈하니까 다들 알람 맞춰놓고."
미자 언니가 말했다.
"와. 다들 문화생활 제대로 하시는 거예요? 저도 '장수상회' 도전해 봐야겠어요."
막내 유진 씨가 말했다.
"용희 씨, '장수상회' 저는 패스요."
혜수 언니가 말했다.
"우린 '장수상회' 2시 공연 예약 실패하고, 5:30분 공연으로 예약했어요."
한 창 연극을 잊고 글을 쓰고 있는 데, 단톡방에 메시지가 떴다. '장수상회' 티켓 오픈 당일 티켓팅에 성공한 미자언니의 메시지였다.
"되게 치열했어. 문예회관 홈페이지가 20분간 거의 마비되어서, 간신히 티켓팅했지 뭐야."
미자 언니의 말에 나는 빠르게 답장했다.
"저는 혜수 언니 못 온다고 해서 지금 갈까 말까 고민 중이에요. 2시 공연은 이미 마감 됐어요?"
"뒷자리랑 띄엄띄엄 자리 있긴 해."
미자 언니의 말이었다.
나는 '장수상회'가 유명한 연극이긴 하지만 혼자 가긴 좀 그런 것 같아서... 왠지 모르게 좀 고민이 됐다. 산은 혼자서도 잘 만 가는 데, 연극은 습관이 되지 않아서 그런 지 혼자 가려니 영 서먹했다. 갑자기 <미쓰 탠저린> 언니의 얼굴이 떠올랐다. 언니라면 왠지 연극 '장수상회'에 관심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언니, 혹시 연극 '장수상회' 보러 가실래요?"
나는 예약 링크와 함께 메시지를 보냈다.
"이순재 님이랑 박정자 님 나온대요. 2시부터 티켓 오픈했는 데 저는 갈까 말까 고민 중이에요."
"토요일이라 고민되네요. 2시에는 못 가고, 5시 30분은 도착이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미쓰 탠저린> 언니가 말했다.
언니의 말에 '아, 나는 못 갈 운명이구나.' 했다.
나는 호기심에 문예회관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헉'
평소에는 자리가 많이 비는 데, '장수상회'는 이미 만석이었다. 2시 공연만 띄엄띄엄 2자리 남아 있었다.
"5시 30분 해볼까요? 약간 시간 조정하면 5분 전 도착까진 가능할 지도 모르겠어요."
<미쓰 탠저린> 언니가 말했다. 어쩌면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나는 5시 30분 공연 예약 페이지를 클릭했다.
"언니, 지금 보니까 만석이예요. 장수상회 엄청난 공연인가요? 5시 30분 공연은 2층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2층이라도 볼까요?"
"네, 제가 예매해 볼게요."
언니의 말에 나의 손가락이 바빠졌다.
"언니, 예약 하긴 했어요. 사람들이 막 지금 취소했다 예약했다 그러나 봐요. 자리가 떴다 없어졌다 막 그래요. 그래도 우리 2층 치고는 가장 앞자리 가운데예요."
"자리는 예상한 거니까 신경 쓰지 마요. 티켓팅해줘서 고마워요."
나는 자리가 계속 있었다 없어졌다 하는 게 이상해서 10 분 후에 홈페이지에 다시 접속해 봤다. 1층 자리가 몇 개씩 나와 있었다. 문예회관 홈페이지는 예약하기 위해 좌석을 누르고 결재를 하지 않아도 일정 시간 동안 그 좌석이 점유된 것으로 나온다. 아마 2시부터 20분 동안 홈페이지가 마비되었을 때 미처 결재를 하지 못한 표들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았다. 어쨌든 나는 재빨리 2층 좌석을 취소하고, 1층 좌석을 예매했다.
"언니, 다시 예매해서 1층 9열 이에요."
"와"
언니의 엄지 척 이모티콘이 돌아왔다.
"C 구역 이긴 한데, 이 정도면 보기 괜찮을 것 같아요. 앞이라 잘 보이고... 언니 우리 재밌게 봐요."
그렇게 나는 '장수상회' 티켓팅에 성공하고, 승마 단톡방에 글을 올렸다.
"저 티켓팅 성공이요."
"유진 씨는?"
미자 언니가 말했다.
"저는 어제 자기 전에도 예약해야지 하고 누웠는 데, 저 들어가 보지도 못했어요. 지금 언니들 보고 생각났어요."
유진 씨의 말에 나는 어쩌면 유진 씨도 지금 접속하면 티켓팅에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지금 예매돼요, 유진 씨. 예매할 거면 해도 돼요. 저 2층 취소하고 지금 1층으로 다시 예매했어요. 사람들
다시 취소하고 재예약하는 듯요."
나의 말에 유진 씨는 잠시 말이 없다가 나타났다.
"저도 일단 2층 맨 앞으로 예매했어요."
유진 씨의 말이었다. 아마 내가 예약했다 취소한 그 자리 일지도 몰랐다. 2층 앞 가장 가운데...
"이 연극 유명한 연극인가요?"
엄청난 해프닝에 나는 미자 언니에게 물었다.
"티켓이 싸게 나오긴 했어. 나름 순재 아저씨인데..."
미자 언니 다운 짧고 간결한 설명이었다.
우리 제주 도민들은 문화적 갈증이 많은 데, 개인적으로는 섬이라는 특성상 문화를 체험할 기회가 많지 않아 그런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제주 문예회관에서는 질 좋은 공연을 유치하여 도민들이 좋은 공연을 저렴한 가격에 볼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
오늘 티켓팅한 '장수상회'도 그중 하나로, 이날 1층은 15,000원, 2층은 10,000원에 티켓을 오픈했다. 게다가 '제주특별자치도'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회원 가입을 하면 '문화사랑회원'으로 등록할 수 있는 데, 이 문화사랑 회원이 되면, 문예회관, 제주아트 센터, 서귀포 예술의 전당의 문화예술행사에서 관람료를 30% 할인해 준다. 문예회관 대극장 좌석수는 828석인데, 저렴한 가격 덕분이었는지, 이 공연의 주역인 이순재 님과 박정자 님 덕분인지는 몰라도 오늘 이 좌석들은 순식간에 전석이 매진되었다. 문예회관을 자주 접속해 봤지만, 이런 경우는 거의 못 봤는 데, 정말 좋은 연극인가 보다.
과연 '장수상회'는 어떤 연극일지 나는 7월 15일이 무척 기다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