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기괴하게 기억에 남는 연극 '빌미'

by 김용희

관광에서 '기억에 남는 관광경험'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많다. 이 '기억에 남는 관광경험'이란 관광을 마친 관광객들에게 어떤 경험이 긍정적인 관광경험으로 인식되어 중요하게 생각되고 있는 가를 측정한다. 예를 들면 여행에서 개인이 느꼈던 즐거움, 신기한 경험, 자아발견 경험, 지역전통문화 경험 등을 측정하는 것이다.


경험이란 것은 참 광범위한 개념이다. 사전에서 찾아보면 경험은 '자신이 실제로 해 보거나 겪어본 것, 거기서 얻은 지식이나 기능, 대상에 대한 감각이나 지각작용에 의해 깨닫게 되는 내용'까지 포함하여, 꼭 실제로 해본 것에만 국한되지 않는 개념이다. 즉, 실제로 해본 것뿐만 아니라, 어떤 것을 보고 느낀 감정에 의해 깨닫게 된 내용도 다 경험으로 분류된다.


기억은 '이전의 인상이나 경험을 의식 속에 간직하거나 도로 생각해 낸다.'는 의미로, '사물이나 사상에 대한 정보를 마음속에 받아들이고 저장하고 인출하는 정신 기능'을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기억에 남는 관광경험을 생각해 볼 때 꼭 그것이 긍정적인 감정을 일으킨 것이었을까?'라는 것은 한 번쯤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그 이유는 인간은 부정적인 것을 긍정적인 것보다 더 잘 기억하는 데, 예를 들면 여행 갔다가 비행기를 놓친 경험, 짐을 잃어버렸던 경험, 호텔에서 누군가 내 물건을 훔쳐간 경험 등 위험한 것, 무서운 것, 괴상한 것은 더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다.


그러니까 인간에게 있어서 아름다운 것도 기억에 남을 수 있지만, 돼지감자처럼 뭔가 꺼끌꺼끌 걸리는 것도 기억에 오랫동안 남는다.


제주에는 지금 '제41회 대한민국 연극제'가 한창 열리고 있는 데, 오늘 본 연극 '빌미'가 그런 연극이었다. '기괴하고 이상한 것.', '꺼끌꺼끌 걸리게 기억에 남는 것.'


연극도 관광과 같이 경험을 제공한다. 하지만 둘의 차이점은 관광이 스스로 행동해서 실제로 해보는 것에 초점을 맞춘 활동이라면, 연극은 대상에 대한 감각이나 지각작용에 의해 깨닫게 되는 내용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같다. 그럼 내가 만약 '대한민국 연극제'에 참여하는 극 작가라면, 어떻게 시나리오를 써야 할까? 경합에서 우승하기 위해선, 가급적 어떻게든 기억에 남는 공연을 선 보여야 되지 않을까?


"언니, 우리 오늘 연극 보는 곳 '제주 아트센터' 맞죠?"


출발하면서 승마팀 단톡방에 메시지를 보냈다. 연극 시작 30분 전 급하게 공연장으로 향하는 데, 오늘 연극이 '문예회관'에서 하는지, '제주 아트센터'에서 하는지 갑자기 헷갈렸다. 주차장에 차량이 많으면, 연극에 늦을 법한 간당간당한 시간이었다.


"네. 맞아요."

미자 언니가 빠르게 답변했다. 나는 아트센터 방향으로 차를 몰았다.


우리 승마 팀은 오늘 광주광역시 '극단 좋은 친구들'이 공연하는 연극 '빌미'를 보기 위해, '제주 아트센터'에서 모이기로 했다. '제주 아트센터'는 제주 최대 규모의 전문 공연장으로 한라도서관 옆에 위치해 있다.


아트센터에 주차하고, '대한민국 연극제' 트럭을 보았다. 지난번 연극 '산책'을 보러 갔을 때 문예회관에서 귀여운 그라피티 아트로 채색된 트럭을 보았었는 데, 차량의 주차 위치가 복잡한 곳이어서 제대로 사진을 못 찍어 아쉬웠던 터였다.


'아, 저 트럭. 저번에 사진 찍고 싶었던 건데...'


공연 시작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그래도 늦지 않아서 난 이번에는 꼭 트럭 사진을 찍고 싶었다. 오늘은 유난히 바람이 심해 사진 찍는 게 쉽지 않았지만, 괜찮은 사진이 나왔다. 오토바이를 탄 안경 쓴 캐릭터가 귀여웠다.


아트센터 안에는 연극의 시작을 기다리는 관객들이 많았다.

'오? 오늘도 사람이 많은데? 재미난 연극인가?'


안내 데스크에 내 이름을 말하고 표를 받아 들어가려는 데, 아직 혜수 언니가 공연장에 도착하지 않았다. 미자 언니와 김 반장님은 진즉에 도착해서 이미 공연장에 들어가 있었다.


'혹시 언니 늦는 건가?'


나는 혜수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언니, 어디예요?"


혹시 언니가 늦는다고 하면 언니가 입장할 수 있도록 표 한 장을 데스크에 맡겨놓을 생각이었다.


"저 지금 도착했어요."


멀리 로비 끝에서 언니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손을 흔들어 언니에게 인사했다. 달려오면서 언니가 말했다.


"아니, 여기가 가까우니까 더 늦게 출발하는 것 같아요."


정말 맞다. 연극제는 '문예회관', '아트센터', 'Be IN', '서귀포 예술의 전당' 이렇게 4곳에서 공연하는 데, 이 중 '아트센터'는 집에서 가깝다 보니, 항상 더 허둥지둥 도착하기 마련이다.


"저도 그래요. 저도 지금 막 왔어요."


나는 왠지 우리가 닮아있어 재밌다고 생각했다. 표를 직원 분께 보여드리고, 공연장으로 입장했다.


"발 조심하시고요. 이쪽으로 들어가세요."


아트센터의 규모답게 직원들도 무척 친절했다. 입장하면서 나는 손에 표를 들고 표를 주인공으로 해서 배경으로는 혜수 언니가 걸어서 입장하는 뒷모습을 찍었다. 혜수 언니가 조그맣고 귀엽게 나왔다. 발랄한 발걸음도 인상적이었다.


"와. 이 사진 맘에 들어요. 저 보내주실 수 있어요?"


"그럼요."


혜수 언니에게 사진을 보내는 데, 언니가 내게 무대 위 설치되어 있는 의자 사진을 보여주었다. 역시 미술 전공자답게 감각적으로 찍었다.


무대 장치는 나무 4그루가 둘러싸인 곳에 설치된 테이블과 의자 4개였다. 지난번 봤던 '산책: 신채호의 삶과 사랑이야기' 연극과는 확연히 다른 무대 세팅이었다. 연극 산책은 2단으로 된 무대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배우들이 춤추고 움직이는 게 굉장히 화려했던 연극이었다면, 이번에는 그냥 단출한 느낌이 들었다. 아마 '지난 번은 동적인 연극이었다면 이번은 정적인 연극이 펼쳐지려나 보다.' 생각했다.


"오늘 연극은 무슨 내용일까요?"

나는 혜수 언니에게 물었다.


"글쎄요. 보기 전까지 알지 못하는 게 이 연극제의 특징 아닐까요?"

혜수 언니가 말했다.


조명이 꺼지고, 곧 배우 2명이 입장했다. 한복 입은 여자와 양복을 입은 남자가 등장했고, 이들 부부에게는 하늘이라는 바보 아들이 있었다. 주요 내용은 이들은 펜션을 관리하면서 치킨집을 운영하며 살아가는 데, 바보 하늘이에게는 예전에 사랑했던 친구인 승연이가 있다. 승연이는 곧 외국 유학을 갈 예정이었고, 결혼 상대자가 있는 데 오늘 승연이의 유학을 기념하기 위한 굿바이 파티에 그도 참석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 자리에서 부모님께 결혼 상대자를 소개할 예정이었고, 우연히 승연이를 만난 바보 하늘이도 함께 그 파티에 참석하게 되었다.


"어머니, 아버지. 제 결혼 상대자를 소개할 께요."


승연의 대사에 승연이의 결혼 상대자가 등장했다.


나는 당연히 20대 여성의 결혼 상대자는 20~30대 청년일 거라 생각했는 데,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50대의 머리가 반쯤 벗어진 진성필이 나왔다. 진성필 역을 맡은 배우의 비주얼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머리는 거의 없고, 회색 양복의 파란 넥타이, 회색 양말에 어깨가 잔뜩 굽은 모습이었다. 이에 객석은 순식간에 초토화되었다.

"으악. 너무 싫어."

내 옆에 쪼르륵 앉은 3명의 여자가 난리가 났다. 나는 이 분들의 반응이 너무 리얼해서 연극을 보는 재미가 더 쏠쏠했다. 가운데 앉은 분은 발을 동동 굴렀다. 어떤 사람들인지 얼굴을 보기 위해 고개를 힐끔힐끔 돌렸다. 이 3명의 여자는 대학생 같았다. "선배님, 저 남자 너무 싫어요." 하는 걸로 봐선, 아마도 대학 선후배 사이.


"으헉. 이건 아니지."

내 뒤에 앉은 남자분도 탄성을 질렀다. 이 분도 내 뒤에서 서라운드로 실시간 반응을 내뱉고 있었다.


'연극은 이런 맛에 보는구나...'


나는 관객들 반응이 재밌어서, 더 신나는 것 같았다.


나는 내 왼쪽에 앉은 혜수 언니도 쳐다보았다. '혜수 언니는 뭘 하고 있을까?'


언니는 내 예상과 달리 의자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이 연극의 특징은 장면 전환이 없고, 한 장소에서 모든 이야기가 110분 동안 펼쳐진다는 데 있었다. 시각적인 자극 없이 오로지 배우들의 대사로만 극이 진행됐다. 지난번 연극 '산책'에 비해 정적이었고, 그래서인지 미대 나온 혜수 언니는 지난번 연극은 재밌게 봤었는 데 오늘은 졸았다.


'언니, 요즘 밤에 잠을 못 주무신다고 하더니, 여기서라도 푹 주무시면 좋지. 뭐'


나는 곤히 자는 언니를 굳이 깨우지 않기로 했다.


극 중 여자 주인공인 승연이는 지금 28세이고 그의 약혼자 진성필은 58세라고 했다. 게다가 진성필은 교수인 승연이 아버지의 옛날 제자라고 했다.


"진 선생, 요즘엔 무슨 일을 하고 있어요?"


승연이 아버지의 질문에 진성필이 대답했다.

"아직 여기저기 다니면서 강사 일 합니다."


"아니, 진 선생 춘추가 몇인데, 아직도 강사를 하고 있어요?"

승연이의 아버지 대사에 객석이 빵빵 터졌다.


연극은 굉장히 연극적이었다. 별 다른 연출 없이 배우의 연기 만으로 관객들을 흡인했다. 탄탄한 시나리오라고 생각했다. 작가가 누구일지도 궁금했다. 이 극단은 배우들의 연기도 일품이었다. 구멍 없이 모든 배우가 연기를 잘했고, 그래서 난 이 연극을 준비하기 위해 그들의 연습량이 엄청났을 거라고 생각했다. 배우들의 호흡과 합이 좋아서 연극에 계속 몰입되었다.


연극을 보면서 내 감정은 쉴 새 없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했다. 웃겼다, 기괴했다, 무서웠다, 충격적이었다. 이 연극은 관객을 절대로 가만있게 두지 않았다.


'원래 연극이 이렇게 관객의 감정을 자극하는 것이었나?'


나는 지나친 감정적 자극을 좋아하진 않는 데, 연극의 속성이 원래 이렇게 사람의 감정을 흔들어 놓는 건지 궁금했다. 나는 연극을 관람한 횟수가 적어 연극을 자주 보는 사람들의 마음은 어떤 것인지, 연극을 보며 여기서 무얼 찾고 있는 건지 궁금했다. 사람들은 감정적 자극을 원해서 보고 있는 것인 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싶었다.


계속 관객들에게 기괴한 감정을 전달하던 진성필은 결국 이 연극에서 죽임을 당했는 데, 계속 보고 있자니 그게 누가 죽인 것인지 굉장히 모호해졌다. 원래 지병이 있어서 죽었다고 해도 크게 문제 되지 않을 상황이었는 데... 이 연극에서는 자신의 체면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떠넘겼고 그래서 일이 점점 더 커졌다.


이 연극의 제목은 '빌미'이다. 빌미는 재앙이나 탈이 생기는 원인을 말하는 데, '빌미가 되다.'라는 표현을 쓸 때 나오는 그 '빌미'를 말한다. 이 연극에서 재앙이 생기는 원인은 사람들이 남에게 좋게 보이기 위해서 거짓을 꾸미고, 체면 때문에 계속 나쁜 짓을 하고 거짓말을 하기 때문이었다.


이 연극제는 무거운 주제로 연극을 올린다고 들었는데, 이 연극의 진행형식은 이해하기 쉽고 웃으며 가벼워 보였지만, 뒤에 있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극단 전체가 부단히 고민한 흔적이 보였다.


연극은 굉장히 섬세했다. 한 사람이 연기하고 있어도 그 옆에 서 있는 배우들이 끝까지 연기했고, 감정선의 변화에 따라 표정연기 디테일이 계속 바뀌었다.


'진짜 각 잡고 만든 연극이네. 연극제의 다른 연극들도 보고 싶어 진다.'


연극을 보면서 계속 생각했다. 결국 연극은 바보인 하늘이와 여자 주인공인 승연이만 살고, 다른 등장인물들은 얽히고설켜 죽는 것으로 나온다. 연극 연출에서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화가 난 하늘이의 엄마가 술을 마시다가 술 병으로 승연이 아빠의 머리를 내리 치는 장면이었다.


'퍽'


"꺅"


산산이 부서지는 유리파편이 무대에 흩뿌려지고 관객들은 숨을 멈췄다. 그리고 아들을 학대한다는 이유로 남편도 목을 찔러 죽였다.


살인을 마친 하늘이 엄마는 갑자기 살인을 했더니 덥다며 입고 있던 옷을 다 벗고 하얀 속옷 차림이 되었다. 그러고 나서 기괴한 표정으로 진성필이 가져온 생크림 케이크를 하늘이에게 먹였다. 바보 하늘이는 아무것도 모르고 케이크를 받아먹었다.


'아...'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는 이상함이 밀려왔다. 이 연극이 배우들의 연기가 너무 생생하고 몰입감 넘쳐서 내 감정도 같이 계속 요동쳤다. 옆에 있는 관객들은 계속 "헐", "악"하는 외마디 비명을 질러댔다. 옆에 이 관객들 없었으면 난 너무 외로울 뻔했을 것 같다.


연극은 승연이가 바보 하늘이를 죽이려고 하는 장면에서 끝이 난다. 관객의 나가는 감정까지 고려해 바보 하늘이와 승연이 역을 맡은 배우는 끝까지 표정을 유지하고 얼마 간 감정연기를 했다. 아무런 배경음악과 대사 없이 표정만으로 연기했는 데, 이 마지막 장면에서의 배우들의 연기도 굉장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연극이 끝났다.

옆에 있던 여자분들의 대화가 들렸다.


"선배님, 저 이 연극 보는 데 너무 힘들었어요."


그 말에 너무 동감한다. 나도 몰입감 덕분에 다른 세계에 들어갔다 나온 기분이 들었지만, 110분간 계속 감정이 너무 요동쳐서 힘들었다.


"언니, 연극 어땠어요?"

나는 연극이 끝나고 만난 미자 언니에게 물었다.


"구성도 좋고, 가장 연극다운 연극이었어. 그러니까 이제 까지 본 연극 중에 가장 연극스러운 연극이랄까?"


"그럼 이 연극이 1등 할까요? 완전 이 갈고 만든 것 같던데요? 웃겼다. 슬펐다. 기괴했다. 부끄러웠다. 보기 싫었다. 세상에 온갖 감정을 다 느끼게 하는 것 같아요. 진짜 작가가 각 잡고 시나리오를 썼어요. 배우들의 연기도 너무 좋고, 어쩜 하나같이 연기를 다 잘하나요?"


"하지만, 1등은 글쎄... 다들 워낙 쟁쟁해서 말이야."


'아니, 이 연극이 1등이 아니라니 대체 어떤 연극들이 출품된 거란 말인가?'


나는 남은 기간 다른 연극에게도 관심이 생겼다.


"이 연극은 너무 역사물이 아니라 좋은 것 같아. 최근에 다 역사 주제만 보다가 이 연극을 보니 재미있었어. 부가적인 연출도 과하지 않고 좋아. 노래라든지 춤, 무대 연출 그런 거."


나도 언니의 말에 동감했다. 일제강점기 배경이나오면 때론 마음이 좀 답답해지기도 한다. '빌미'는 현대물이라 마음의 부담은 덜 했다.

"언니, 언니가 생각할 때 사람들이 연극은 왜 보는 것 같아요? 오늘은 감정의 동요가 많이 일어나던데, 사람들은 감정의 동요를 느끼고 싶어서 연극을 보는 건가요?"


미자 언니는 김 반장님과 함께 요즘 모든 연극제 연극을 관람한다. 아마 미자 언니라면 내 궁금증에 대답을 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글쎄... 그건 모르겠지만... 나 같은 경우는 체험하려고?"

미자 언니가 대답했다.


"생생하잖아. TV로 보는 건 아무래도 생동감이 덜 한데, 배우가 직접 내 눈앞에서 연기한다고 하면 생동감을 느낄 수 있잖아."

김 반장님도 말씀하셨다.


'나의 경우는 어떻지? 나는 왜 연극을 보고 있는 거지?'


나는 그 해답을 찾기 위해 다른 연극들도 한 번 더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용희 씨, 재밌지? 그러니까 그 19금 연극도 같이 보자."


언니의 말에 이번기회에 같이 19금 연극을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나는 잠시 생각을 하고 대답했다.


"네, 언니. 저 그 19금 연극도 같이 볼래요. 근데 그건 이 연극보다 더 심하게 죽는 건 아니겠죠? 이 연극이 12세 관람가 던데요?"


나는 12세 관람가가 병으로 사람을 죽이고 목도 찔러 죽이는 데 19세는 어떨까 싶었다.


"글쎄? 직접 보기 전엔 모르지... 콜 센터 내용이던데..."


"콜 센터 내용이었어요? 그럼 혹시 직장 내 괴롭힘이나 성희롱 같은 거 나오는 건가요? 근데 지금 표가 있어요?"


나는 콜 센터 연극이 19 금이라니, 대체 어떤 내용일지 감도 오지 않았다.


"아, 그거? 내가 혜수 씨 간다고 해서 2장 예매했거든. 지금 표는 예매 못해. 이미 매진되었어. 그 연극은 특이하게 소극장에서 하더라. 대극장에서 하는 연극하고 소극장은 또 느낌이 다르니까 한 번 봐도 좋겠지."


그 때 뒤에서 사진을 찍고 있던 혜수 언니가 다가와서 말했다.


"저, 아직 같이 갈 사람 못 구했어요. 용희 씨, 일요일에 같이 가요."


혜수 언니의 말에 나는 그렇게 19금 연극을 보러 다 같이 가기로 했다. 제발 너무 잔인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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