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꿩이 날아다니는 제대 근방

#2 아침 걷기

by 김용희

언제부터인가 H 언니와 나는 아침에 만나서 걷기 시작했다. 평일에 각자의 스케줄이 없으면 새벽이나 이른 아침에 만나서 함께 걸었다. 처음에는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이라 얼마나 가까워질 수 있을지 잘 알지 못했었지만 아무도 없는 깜깜한 새벽에 함께 걷고 울고 웃으며 우리는 고등학교 친구들 못지않게 친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언니랑 서로 티키타카가 잘 되는 점이 좋았다.


H 언니는 사진에 소질이 있는 데 걷다가 예쁘다고 느끼면 풍경사진을 찍었고 나는 걷기가 끝난 후 언니와 이야기하면서 떠오른 영감들을 시로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가끔 언니는 내 뒷모습을 사진으로 찍어줬는데 누군가 나에게 관심을 갖고 사진을 찍어준다는 게 소소하지만 작은 행복이었다.


우리가 주로 하는 얘기는 책에 관한 이야기, 예술에 대한 이야기 많았다. 언니는 예전에 일본에서 살았었던 적이 있는데, 사람들과 말이 통하지 않아 불편했을 때 도서관에 가서 한국어로 된 책은 모조리 다 읽었었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H 언니는 문학소녀 같은 순수함과 특유의 공감능력을 동시에 갖고 있다. 그런 언니가 나에게는 여러 면에서 영감으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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