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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희 Jul 24. 2023

1. 인플루언서의 점심식사

나에게는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는 동생 란 님이 있다. 란 님은 나보다 1살 어린 친구로 작은 것에 즐거움을 느끼고 잘 웃는 성격이다.


나는 원래 인터넷 세상을 잘 모르는 타입이라 처음 그녀가 블로거로 활동한다고 했을 때 ‘그냥 취미 활동을 하나  보다.’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다 그녀가 곧 인플루언서가 된 것을 알게 되었는 데, 나도 SNS 활동을 시작하고 나서 그녀가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막상 내 손으로 직접 해보니 인플루언서가 되는 건 블로그 쓰는 일에 성심을 다해야 하고 취미처럼은 할 수 없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만난 란 님은 내게 말했다.


"블로그 쓰는 것도 꾸준히 계속 쓰는 사람이 결국 잘 돼요. 인플루언서가 되려면 하루 한 편씩 글을 쓰는 게 중요한데요, '블태기'라고 해서 블로그 쓰는 것에도 권태기가 와요. 결국 그걸 극복해야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지요."


하긴 많은 일에서 처음에는 야심 차게 시작했다가 이런저런 핑계로 멈춰버리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나 역시도 이것저것 하고 있지만, 가장 어려운 건 그냥 꾸준히 쓰는 것. 진짜 그게 가장 어렵다.


"저는 요즘 브런치랑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가끔은 제가 이걸 왜 하고 있나 생각할 때가 많아요."


나는 란 님에게 요즘 나의 고민을 털어놓으면서, 정말 내가 의미를 못 찾아서 그런 건지 아니면 열심히 하지 않을 핑계를 대는 건지 스스로 답을 찾아보려 했다.


"글쎄요. 맘에 드는 걸 하나 집중적으로 하다가 인플루언서가 되면 그게 하나로 통합될 거예요. 용희 님도 한 번 맘에 드는 걸 골라서 집중적으로 해보세요."


'글쎄? 나는 뭘 하지?'


나는 SNS 시작한 지 2달 정도 되었다. 워낙 시끄러운 걸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에 대한 불편함이 있기도 해서... 남들보다 많이 늦게 시작하게 되었는데, 조금 경험해 보니 인플루언서가 되는 것에도 채널마다의 각기 다른 어떤 공식이 있는 것 같다. 초보인 나는 그걸 알지도 못하지만, 디지털 세상을 많이 좋아하진 않아서 언감생심 인플루언서는 꿈도 못 꾸고, 그냥 모든 채널을 조금씩 경험해 본다는 생각으로 그냥 활동해 보는 중이다.


우리는 오늘 간단히 점심을 함께하기로 했다. 식사가 나오고, 우리는 여느 블로거들이 그렇듯 사진을 먼저 찍어댔다. 여자 둘이 식당에서 열심히 사진을 찍는 모습은 역시 요즘 많은 사람과 다를 바 없었다. 요즘은 사진을 찍는 게 익숙해지고, 이상하지 않은 세상이 되었으니까.


"재밌지 않아요?"

음식 사진을 찍으며 란 님이 내게 질문했다.


"그냥 일이죠."

나는 무심한 듯 대답했다.


'나는 왜 란 님에게 음식 사진을 찍는 게 일이라 말했을까? 과연 내가 단순한 즐거움으로 하는 일은 있긴 한 걸까?'


어떤 일이든 시작은 가볍더라도 일단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들면 힘들어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삶을 잘 운영하기 어렵다고들 하는 거겠지?


"계속 글을 쓰는 게 중요해서... 그래서 글을 계속 쓰는 사람들이 인플루언서가 되는 건가 봐요."

식사하다 문득 떠오르는 대로 한마디 뱉었다.


"네. 그런 면도 있어요. 저도 처음에는 자료를 정리한다는 생각으로 블로그를 시작했다가 하루 한 편씩 쓰다 보니 어느새 인플루언서가 되었는데요. 되고 나니 또 다른 세상이 나오더라고요."


"그건 대체 어떤 세상인데요?"

나는 가보지도 못한 인플루언서 세상에서 또 다른 세상이 나온다면 그건 무엇일지 궁금했다.


"결국 열심히 쓰는 사람이 인플루언서가 되는 거잖아요. 그럼 인플루언서가 되고 나면 또 그 안에서 열심히 쓰는 사람들끼리 순위가 매겨지거든요. 100위 안에 드는 인플루언서, 10위 안에 드는 인플루언서. 그렇게 계속하게 되는 거죠."


"뭐든... 정말 쉬운 일은 없네요."


나는 그간 동경하던 인플루언서의 세계를 알게 되어 기뻤지만, 알면 알수록 내게는 멀어지고 싶은 그대 같다. 아직은 내가 이 사이버 세상에 대한 의미를 못 찾는 것 같달까?


'다시 오프라인으로 들어가 버릴까?'

역시 나는 숲과 자연과 사람들이 편하다.


잠시 곰곰이 생각하다가 기왕 이렇게 디지털 세상에 발을 들여놓았으니 그냥 단순한 즐거움으로 하는 일이 있는 세상으로 남겨두면 어떨까?'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어차피 현실에서는 세상에 소풍 나온 것처럼 매일을 살 수는 없으니, 앞으로는 디지털 세상에서라도 소풍 나온 기분으로 한 번 살아보는 것도 좋겠다.


"음식 맛있네요."


나는 앞에 앉은 란 님과 눈을 맞추고 모처럼 행복한 점심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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