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용희 Aug 19. 2023

2. 평범이라는 환상

저는 어렸을 때부터 평범하지 못하고 예민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예술가 기질이 있는 사람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대부분 많은 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한다. 자신이 뭔가 잘 못되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살았다는 것. 그럴 때마다 내가 하는 말은 대부분 비슷하다. 


평범이란 거 보통이란 거 그런 건 그냥 환상일 뿐 세상에 보통 사람 평범한 사람은 없는 거 같아요. 


갑자기 그런 말을 하면 상대방은 이게 무슨 이야기인지 눈이 똥그래져서 물어본다. 


그게 무슨 말이죠?


글쎄요. 처음엔 저도 세상에 어떤 그런 기준이 있는 줄 알았어요. 그래서 '그런 건 어떤 삶일까?' 궁금해서 '보통의 삶', '평범한 삶'을 연구하기로 마음먹고, 사람들을 관찰하기 시작했죠. 


그래서 어떤 걸 발견하셨어요?


제가 내린 결론은 평범하다는 건 그냥 환상일 뿐 모두가 특별한 존재예요. 사람들은 다 특별하게 살고 있더라고요. 민들레가 단풍나무가 될 수 없듯 모두의 씨앗이 다르기도 하고, 겉으로 보기엔 평범해 보이는 삶도 그 안에 어려움이 다 있었고요. 그래서 평범이라는 틀에 모든 인간을 다 넣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죠.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사회의 틀 안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거니까, 아마도 그런 것 때문에 우리에게 '평범' '보통'이라는 개념이 생긴 것 아닐까요? 
그래도 살면서 어느 정도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에 맞춰야 하지 않을까요?
그건 맞는 말이죠. 아무리 위대한 예술가라도 자신이 원하는 대로 마음대로 다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그리고 모두가 마음대로 하게 되면 사회적 혼란이 오는 경우도 있을 것 같고요. 그렇지만 제가 생각하는 건 자신의 재능까지 평범해지려고 노력하는 건 좀 아쉽다는 것이죠. 제가 볼 때는 사회적으로 단점이라고 생각되었던 것이 자신의 큰 재능인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걸 발견해서 사회의 틀 안에서 최대한 발휘하며 사는 게 현명한 것 같아요. 사회적으로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말이죠.   
단점이 재능이라고요? 그건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 거예요? 
보통 어린 시절에 무엇을 하고 놀았는지, 무엇 때문에 부모님께 많이 혼났는지를 보면 그 사람이 가진 재능을 쉽게 발견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너는 왜 그렇게 사람을 가려서 사귀니?" 이런 말을 많이 들었던 사람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꿰뚫는 통찰력을 가진 사람일 수도 있고, "너는 왜 이리 예민하니?"라는 말을 많이 들었던 사람은 예민한 예술가의 감수성을 갖고 있을 수도 있단 것이죠. 제가 생각할 때 사람들은 자신의 재능을 깨닫기도 하고 평생 못 깨닫기도 하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자신이 가진 재능을 발견해 가는 것은 자신이 평생 인생을 살면서 찾아봐야 하는 숙제 같은 것 아닐까 생각해요. 그런데 그 과정에서 굳이 평범해지려고 노력하는 것보다는 그 재능을 사회 안에서 어떻게 최대한 펼칠지 고민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아마 예민하다는 말을 많이 들으셨다면, 그건 남들이 느끼지 못하는 다양한 감정을 모두 느낄 수 있다는 뜻일 거고 그건 고쳐야 할 단점이 아니라 내가 평생 재능으로 써야 할 축복일 수도 있어요. 보통이라는 기준에서 튀니까 부모님께서 혼내셨을 거고, 그게 아주아주 큰 장점일 수 있다고 생각하면 인생이 재밌어지는 것 같아요. 우리 모두가 분명 한 가지쯤은 타고난 재능이 있을 거예요. 내가 가진 모든 걸 평범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어쩌면 우리에게 너무 아프고 불필요한 일일지도 몰라요. 
그렇죠...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한 이야기네요. 한번 제가 어린 시절에 뭘 하고 놀았었는지, 무엇 때문에 혼났는지 생각해 봐야겠어요.  

나는 사람들에게는 고쳐야 할 무엇이 있는 게 아니라 깨달아야 할 특별한 재능이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이곳은 모두가 자신의 타고난 재능을 깨닫고 편안하게 그것을 쓰며 살아도 괜찮은 세상이라고 믿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1. 인플루언서의 점심식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