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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희 Sep 02. 2023

3. 비 오는 날 만난 아주머니

산책하러 길에 나왔다가 갑자기 내린 비에 잰걸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한두 방울 뚝뚝 떨어지던 비가 점점 더 세차게 내린다. 잠시 비를 맞았을 뿐인데 머리카락은 이미 비에 다 젖었다. 나를 보고 반대편에서 걸어오던 아주머니께서 묻는다.


“우산 씌워드릴까요? 비도 많이 오는데..."


나는 깜짝 놀랐다. 오늘처럼 비가 많이 오는 날에 선뜻 우산을 씌워주겠다는 사람은 아주머니가 처음이다.


아주머니 집은 반대 방향 같은 데, 우리 집까지 우산을 씌워주고 가면 되레 아주머니가 젖는 건 아닐까?


나는 감사하다고 말한 뒤 진짜 괜찮다며 손을 흔들었다. 어차피 나는 이미 다 젖어서 더 젖어도 상관없을 것 같다. 다시 가던 길을 가려다가 돌아서서 감사한 마음에 고개 숙여 인사드렸다. 아주머니는 나와 눈을 맞추고 잠시 미소를 지었다.


나는 아주머니께서 타인에게 선뜻 우산을 씌워주신다고 하신 것에 잠시 어안이 벙벙했지만, 아직 우리 사회에 정이 가득 남아 있는 것에 감사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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