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어설픈 딱따구리
오늘도 난 소산오름에서 혼자 걷고 있었다. 이곳은 가끔 관광객들이 발길을 멈추고 들렸다가지만 실제로 맨발 걷기를 해보고 가는 사람은 없다. 산길은 새까만 제주 흙으로 되어 있는데 발에 묻으면 흙이 잘 안 지워져서 나는 관광객들에게 맨발 걷기를 해보라고 권하지는 못했다.
사람들은 내가 맨발 걷기 하는 걸 보고 자주 말을 걸었다.
“맨 발로 걸으면 좋아요?”
“네 좋죠. 맨발로 한 번 걸어보세요. 맨땅에 발이 닿으면 좀 신기한 기분이 들어요. 맨발로 걸으면 몸에 있는 활성산소도 다 빠져나간다네요.”
가끔 내 말을 듣고 궁금한 마음에 흙을 밟아 보는 사람도 있었다.
오늘은 어디선가 ‘딱딱 딱딱 딱딱딱’ 하는 소리가 들렸다.
딱따구리 소리였다. 이곳은 딱따구리가 많이 산다. 실제 모습을 볼 수는 없는 데 어딘가에서 나무 쪼는 소리는 계속 들려온다.
딱따구리의 모습을 한 번 보려고 소리가 나는 나무 위를 쳐다보면 딱따구리의 모습은 늘 찾을 수 없다.
‘소리는 가까이서 들리는 데 어디 있지?’ 하면서 두리번 거리며 딱따구리의 행적을 찾는다.
볼 때마다 딱따구리를 발견하지는 못했었는데 오늘은 운이 좋게도 어설픈 딱따구리를 만났다.
딱따구리 소리에 오른쪽을 쳐다보니 큰 오색딱따구리 수컷이 먹이를 잡으러 나무를 '톡톡' 두드리면서 부지런히 올라가고 있었다. 그 모습이 신기해서 동영상을 찍었다. 나무에 수직으로 붙어서 나선형으로 올라는 딱따구리는 부지런히 부리로 '톡톡' 나무를 두드리며 먹이를 찾고 있었지만 두드릴 때마다 계속 헛방이었다. 불현듯 나는 이 딱따구리를 보고 시 한편이 떠올랐다.
<큰 오색 딱따구리>
큰 오색딱따구리야
너도 나도 열심히 살았지만
오늘도 우리는 헛방이구나
참고로 머리 꼭대기가 붉은 큰 오색딱따구리는 수컷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