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숲을 걸으면 종종 야생동물과 마주합니다. 만약 여러분이 야생동물과 마주친다면 여러분은 어떤 기분이 들 것 같나요? 반갑게 '안녕?'하고 인사할 수 있으신가요? 머릿속으로는 야생동물을 만나면 웃으면서 손을 흔들고 다가가서 한 번 만져볼 수 있을 것도 같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으시겠지만, 막상 산에서 홀로 동물과 마주하면 생명체와 생명체의 만남에 서로 어쩔 줄 몰라 그 자리에 마냥 얼어붙어 버리는 것 같습니다.
제가 이 책을 쓰기로 마음먹은 건 '삼의악 오름'에서 처음으로 노루를 마주하고부터였습니다. 노루와 정면으로 마주친 그날 저는 심장이 멎는 줄 알았습니다. 긴장감에 노루가 엄청나게 커 보이기도 했었고, 인간의 무리에서 떨어진 한 명의 인간인 저는 노루와 다를 바 없는, 그냥 하나의 생명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른 종족을 만났다는 느낌으로 노루와 한번 대화해 보거나 접촉해 보고 싶기도 했었지만 저는 노루와 대화하는 방법을 몰랐고, 당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노루를 멀뚱멀뚱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백과사전에서 사진으로만 보다가 처음으로 제 눈으로 생생히 보는 야생동물과의 접촉은 제게 신기한 경험을 주었습니다. 노루와 만남이 있던 날부터 제 인생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 저는 운동을 좋아해서 종종 혼자 산에 운동하러 가기도 하고, 동네를 걷기도 하는데요. 제가 제주에 살고 있어서 그런지 여기저기서 야생동물들이 자주 출몰했고, 그때의 생생한 느낌을 글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동물과 저는 모두 같은 지구에 살고 있었는데, 동물이 사는 곳과 내가 사는 곳이 마치 다른 구역이어야 한다는 듯 너무 당연히 구분 짓고 살았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처음 노루와의 만남에서 저는 제가 너무 인간들만의 삶에 익숙해져 버린 사람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산업이 이렇게 발달하기 전 우리 선조들은 어쩌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에서 수많은 야생동물을 마주했을지도 모를 일이고, 그때는 서로 공감하고 교감할 방법이 있었을지도 모르겠어요. 아마 인간도 동물도 서로의 존재를 지금보다는 익숙하고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지 않았을까요? 이건 저의 상상일 뿐이지만 아마 지금 우리가 외국인과 만날 때 외국어를 할 수 있듯이 어떤 분은 야생동물과 대화를 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해요. 저에게도 그런 능력이 있었다면 저는 그날 삼의악의 노루에게 무슨 말을 건넸을까요?
길에서 야생 동물과 접촉하는 건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신기한 경험이 되는 것 같아요. 제가 처음 노루와 마주했을 때는 제주의 아름다운 비경과 생경한 노루의 등장에 마치 제가 영화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운이 좋게도 저는 아직 자연이 살아있는 제주에 살고 있어서 지금 시대에도 종종 산에서 야생동물을 마주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우리는 가끔 깨끗한 자연을 보게 되는 날이면 '그래도 정말 다행이야. 뉴스에 나오는 만큼 자연이 모두 파괴된 건 아니니까... 아직 깨끗한 곳도 많이 남아 있네.' 하며 안도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이 책을 통해 저는 제주의 깨끗한 자연의 소식과 아직 잘 지내고 있는 야생동물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었습니다. 혹시 가능하다면 제가 느낀 제주 자연에 대한 신비감도 전하고 싶었고요.
하지만 쓰다 보니 야생동물이 언제 어디에서 나오는 지 몰라 제가 수소문해서 찾아다닌 동물도 있었고, 찾으러 갔지만 동물은 못 만나고 혼자 추억만 쌓고 온 이야기도 있어요. 또 동물을 찾으러 갔다가 모르는 사람을 만나 도움을 받게 된 이야기도 있지요.
이 책은 생각만큼 쉽게 쓰여지진 않았지만 제 글을 통해 깨끗한 자연의 소식과 함께 그 안에서 다 같이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었어요. 부디 재밌게 읽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