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입고와 우정 사이

by 김용희

그 이후로 나는 부산, 원주, 여수, 전주의 대표 책방에 연락을 드렸고, 신기하게도 책을 입고 해 달라는 답변을 받았다. 우리나라에는 독립서점이 많이 있지만, 모든 서점을 다 알 수는 없기에 나와 맞는 독립서점을 찾는 방법은 SNS를 통해 하는 게 좋은 것 같다. 어차피 나는 책을 100부 밖에 인쇄하지 않아서 많은 서점에 입점하는 게 불가능하기도 했고, 대형 출판사처럼 총판이나 온라인 등의 유통망을 갖고 있지도 않았기 때문에 기쁜 마음으로 나에게 맞는 독립서점에 입고하기로 했다.


내가 선택한 방법은 SNS를 통해 내 책의 분위기에 맞는 서점을 찾거나, 아니면 내 책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 책이 입고된 서점을 찾는 것이었다. 가끔 독립출판으로 유명한 작가 분들이 입고했던 서점 리스트를 SNS에 게시하기도 하는 데, 그 서점 리스트 중에서 찾아보는 것도 방법이었다.


계속하다 보니 알게 된 사실이지만, 메일을 보냈을 때 답신이 없는 경우는 거절이라는 의미란 걸 알았다. 만약 책에 관심이 있는 경우라면 하루 안에 답변이 오고, 바로 계약서나 아니면 계약 조건을 명시한 메일을 보내주신다. 독립서점도 총판이나 온라인몰에서 취급하는 기성 출판물을 입고해 판매하는 곳이 있고, 나처럼 독립출판 제작자에게 직접 납품받아 운영하는 곳이 있는 데, 내 책은 주로 순수 독립출판물만 취급하는 서점에서 반응이 좋았다.


책 유통을 위해 여러 독립서점과 소통하다 보니, 감사하게도 독립출판계가 무척 따뜻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업계 분위기는 요즘 세상에 찾기 힘들게 사람을 존중하는 느낌이 들었고, 다양한 독립출판물을 취급해서 그런지 모두의 개성과 다양성을 존중한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계속 일을 하다 보니 '이런 분위기 덕분에 독자들이 독립서점을 찾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독립출판계에 대한 첫 느낌이 좋아 나 역시 할 수 있다면 이 세계에 도움이 되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떤 서점 대표님께서는 제주에 관심이 많으셔서 승마 콘텐츠를 자주 본다고 하시며, 영상을 볼 때마다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내 책을 읽으면 영상과 또 다른 묘미를 느낄 것 같아 기대된다고 하시기도 했다. 당시에 나는 초보 작가로서 긴장감과 두려움이 많던 시기였는데, 대표님이 보내주신 따뜻한 메일에 용기를 얻었다. 선한 인연이란 이렇듯 어떤 이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닌가 싶다. 한 달이 지난 지금 가장 먼저 내게 정산을 해 주신 책방도 이곳이었으며, 워낙 대표님께서 마음이 따듯하셔서 이곳과는 앞으로도 함께 우정을 나누고 계속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또 다른 서점 대표님께서는 내게 조심스럽게 '샘플 책에 책 소개나 작가님의 한 말씀 써주실 수 있으실까요?'라고 물어보셨다. 사실 이 부분이 내게는 꽤 감동적이었다. 나는 사인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홀로 고민하던 피로감에 지쳐 s 서점 이후에 내지에는 아무 말도 쓰지 않고 보냈었다. 첫째는 서점마다 분위기가 달라서 내가 서점 분위기나 진열 상황을 다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섣불리 어떤 문구를 쓸 수가 없었고, 둘째는 무명작가인데 계속 물어보는 게 너무 자의식 과잉처럼 느껴지기도 해서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처음 입고된 서점 몇 군데에 용기를 내서 물어보았을 때 대부분 내지에는 뭔가 적는 걸 원하시지 않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내게 내지에 어떤 메시지를 적어서 보내달라고 부탁하시는 대표님이 내게는 인상 깊게 다가왔다. 메일에서 느껴지는 감성이 작가와 독자를 함께 연결해 주시는 것 같아 그 마음이 더욱 고맙게 느껴졌다. 나는 아직 서점에는 어떤 문구를 적어서 보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하는 상태에서 이곳 대표님께 여쭤봐서 내지 사인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분명히 알게 되었다. 내가 제안한 여러 문구 중에서「강인함과 섬세함 사이. 당신의 균형 잡힌 인생을 응원합니다. 김용희♡」라는 문구가 책방 입고 시에 가장 낫다는 걸 알았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서점에 입고할 때는 굳이 서점 이름을 적어서 개인화된 문구를 적을 필요까지는 없다고 한다.


대부분의 책방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지만, 어떤 책방에서는 온라인스토어에 내 책이 입고되었을 때 친절히 링크를 보내주시기도 했다. 서로 바쁘 일상에서 이런 부분도 소소하지만 깊은 배려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하는 게 보답하는 길일지 고민하던 나는 내 SNS에 서점 홍보 게시물과 판매 링크를 하이라이트 하기도 했다.


독립출판물을 유통하면서 뜻하지 않게 좋은 인연을 만나게 됨에 진심으로 감사하게 되었다. 그간 홀로 제작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혼자라고 느껴지는 부분도 많았었는데 이렇게 함께 유통할 수 있음에 진심으로 깊은 감사를 느끼게 되었다. 비록 서로 얼굴을 모르지만, 앞으로도 이렇게 계속 좋은 인연으로 만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25. 이렇게 사인하면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