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그냥 그렇게 시작된 작가 생활

by 김용희

'아니 진희 님은 무슨 생각으로 내게 그런 말을 한 거지?'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책을 쓴다는 건 말도 안 된다. 무슨 좋은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일상은 늘 그렇고 그런데... 무엇보다 책은 자랑할 게 많거나 개성이 강하거나 인기가 많거나 하는 어떤 특별한 사람들이 쓰는 거 아닌가?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책을 쓸 일은 절대 없을 거라면서 열심히 숲속으로 운동만 다녔다. 그즈음 나는 삼의악이라는 숲에 꽂혀 있었는데, 들어가면 무조건 만 보를 채워야 나올 수 있는 게 좋았고, 그늘이 있어서 살이 타지 않아서 좋았고, 무엇보다 무슨 스머프 마을에 온 것과 같은 느낌을 주는 신기하고 예쁜 버섯이 많아서 좋았다.


일단 숲에 들어가면 숲이 주는 묘한 분위기 덕분에 동화의 나라에 온 것 같은 환상이 들었지만, 현실적으로 숲에 아무도 없는 게 좀 무섭긴 했다. 그래도 숲이 주는 생명력과 에너지가 무서움을 상쇄할 만큼 좋았기에 나는 자꾸만 자꾸만 숲으로 들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운명처럼 나는 노루 한 마리를 만났다. 이 숲에는 아무도 없다는 걸 노루도 알고 있어서인지 노루는 사람이 다니는 길 한 가운데를 막고 있었고, 나는 노루가 착한 종족이라는 걸 알고 있었음에도 이럴 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몰라 노루의 얼굴만 멀뚱멀뚱 쳐다보았다.


그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다. 내가 다른 종족의 눈을 똑바로 보게 된 건...


동화에서만 보던 노루와의 만남이 이렇게 눈앞에 현실로 펼쳐지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비현실적이었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나도 모르게 그 느낌을 남기고 싶어 컴퓨터를 켜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냥 그렇게 시작되었다. 나의 작가 생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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