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인터뷰집 발간계획

by 김용희

처음에 나는 산에 갔던 얘기도 조금 쓰고 동네 친구들을 만나서 있었던 일도 조금 쓰고 그런 식으로 두서없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글 한 편을 잘 쓰는 것과 책을 하나의 구성으로 완성하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라는 걸 깨닫기 시작했다.


음식 한 가지 한 가지가 예쁘고 맛있을 순 있으나 한상차림이나 코스요리를 만들어 내는 건 쉐프의 역량에 따라 달라지는 것처럼.


‘아니, 작가라면 글의 주제가 있거나, 삶의 철학이 있거나 그래야 하는 것 같은데... 이렇게 짬짬이 글을 쓰는 걸로 책이 완성될 수 있는 걸까?‘


나는 좀 막막했지만, 글이 글로 끝나지 않고 책으로 출간되기 위해서는 어떤 주제를 정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글을 써 나가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던 차에 문득 내가 제주로 이사 올 때 많은 영감을 줬던 인터뷰집이 한 권 떠올랐다. 그 책은 제주에 이사 온 사람들의 경험담과 함께 인터뷰를 한 권에 엮은 책으로 무척 흥미로웠다. 생각해 보니 그 책은 이제 출간된 지도 십 년이 훌쩍 넘어 서점에서는 보기 힘들어졌고, 이후로 제주살이에 대한 인터뷰집은 많이 없다.


‘나도 인터뷰집을 한 번 써볼까? 어쩌면 지금 독자들도 제주 사는 사람들의 생활에 궁금함이 있을지도 모르잖아...‘


나는 왠지 오랜만에 제주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인터뷰집이 나오면 사람들이 재밌어할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잠깐... 근데 내가 인맥이 있던가?'


따지고 보면 인터뷰는 인터뷰를 해줄 사람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해 보니 내가 제주에 인맥이 짱짱하게 있는 것도 아니고 과연 나는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 인터뷰해 줄 사람이 없는데, 인터뷰집 발간 계획은 너무 심한 걸까?'


나는 괜스레 아무것도 모르는 동생에게 연락해서 물었다.


"인터뷰집을 만들어 볼까 하는 데, 이럴 때 쓰는 포맷이 있나?"


"포맷? 그냥 책은 쓰면 되는 거 아님?"


"아니, 그 책을 쓰려면 뭔가 있지 않을까? 한글 파일 열어서 그냥 쓰면 되는 건가?"


우리는 서로 대화하다가 어차피 아는 게 없어서 별다른 소득 없이 대화를 마쳤다. 그냥 어디서부터 뭘 해야 할지 막막할 따름이었다. 잠시 뒤 고맙게도 동생은 인터넷 사이트를 뒤져 내게 어떤 글을 하나 보내주었다.


'출판기획서 쓰는 법'


그 글은 어떤 분이 책을 출판하면서 기획서를 쓰고 그걸 출판사에 보내서 책이 출판되는 과정을 간략히 적은 글이었다. 덕분에 나는 출판기획서가 왜 필요한지 대략 감을 잡을 수 있었다. 또한 그 글에는 출판기획서 파일이 첨부되어 있었다.


'오? 이런 것도 있네.'


나는 첨부된 출판기획서 파일을 열었다. 파일에는 내가 만들고자 하는 책의 제목, 분야, 주제, 기획 의도, 예상 독자, 핵심 콘셉트, 경쟁 도서, 차별화 요소, 목차, 마케팅 포인트, 머리말, 저자 소개를 적게 되어 있었다.


'그래, 일단 이 파일을 다 작성해 보자.'


나는 어떠한 계획도 전략도 없이 무작정 첨부된 출판기획서 파일을 다운로드하여 빈칸을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일단 출판기획서를 작성하고 나면 이 출판기획서를 들고 인터뷰해 주실 분들을 한 번 찾아가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전 03화3. 그냥 그렇게 시작된 작가 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