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우연히 가게 된 ESG 경영 세미나

by 김용희

그러던 어느 날 하리 님이 내게 말했다.


"용희 님, 이번 주 수요일 제주대학교에서 ESG 경영에 관한 강의가 있는데요. 혹시 관심 있으시면 같이 가보실래요?"


"ESG 경영*이요?"


당시는 'ESG 벤처투자 표준 지침'이 마련되면서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ESG 정책을 어떻게 벤처기업에 적용할 수 있을지가 화두가 되었을 때였다. 그러한 배경에서 제주에도 ESG 세미나가 열릴 예정이라고 했다.


"좋아요. 뭐. 저도 한 번 가보죠."


당시 나는 책을 어떻게 완성해야 할지에 대한 실마리가 없었기 때문에 새로운 경험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참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세미나에 참석하면서 ESG 경영에 대해서 확실히 배우면 좋겠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이 이벤트가 특별히 책을 쓰는 데 도움이 될 거라는 기대는 없었다.


행사장에는 예상보다 사람이 많았다. 오늘의 일정은 ESG에 대한 주제 강연을 듣고, 제주 지역 특화 산업 분야인 바이오융합, 신재생에너지, 스마트관광산업으로 모둠을 나누어 각 산업 분야의 연관업체별로 모여서 주제 토론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강의가 시작되기 전 처음 보는 회사의 대표들이 서로서로 어색하게 인사를 나누기 시작했다. 우리 모둠 역시 서로 명함을 돌리며 인사를 나눴다. 그때까지 나는 명함이 없어서 세미나가 끝나고 집에 가면 명함부터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사람들에게 명함을 받는 사이 옆에서 누군가 내게 말을 걸었다.


"저, 여기 자리 있나요?"


내 옆 자리를 가리키며 점잖게 생긴 차분한 남자분이 내게 물었다.


"아, 아니요. 아무도 없어요. 여기 앉으셔도 돼요."


차분한 남자분은 사람들에게 명함을 내밀면서 인사를 나누기 시작했다.


'김현준'


옆자리에 앉아있던 나도 인사를 나누며 명함을 받았다. 이분의 성함은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낯익은 느낌이긴 한데, 내가 제주에서 아는 사업가라곤 오하리 님 밖에 없는 게 너무 당연하기 때문에 설마 이분과 내가 인연이 있을 거란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이분 특유의 점잖고 차분한 성격 때문인지 아니면 원래 중요한 분이셔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사람들과 명함을 나누는 순간 그곳의 시간이 좀 느리게 흐르면서 공기가 바뀌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혹시 내가 아는 분인가? 이분 아마 중요하신 분인가 보네.’

나는 제주에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성함이 뭔가 너무 익숙해서 대표님께 먼저 말을 걸었다.


“대표님 혹시 저랑 만난 적 있으신가요?”


“아 글쎄요? 제가 제주지역사업평가단에도 있었고 해서 어쩌면 한 번 뵈었을지도요...”


나는 기억을 더듬어 머릿속에 있는 데이터들을 끊임없이 찾았지만, 이분을 어디서 만났었는지 도저히 생각해낼 수 없었다. 잠시 후 쉬는 시간이 되어 긴가민가해진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동생에게 문자를넣었다.


"동생, 혹시 김현준 대표님 알아?"


"엥? 우리 대학원 선배님인데?"


"응? 진짜야?"


아, 나는 그제야 김현준 대표님의 성함을 어디서 들었는지 기억해 냈다. 동생이 대학원 다닐 때 함께 공부하던 선배님 이셨다. 그간 동생에게 성품이 워낙 좋은 분이시라는 말을 많이 들었었는데, 내가 이렇게 직접 만나뵙게 될 줄이야...


그렇게 ESG 세미나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인연을 계기로 김현준 대표님은 나의 첫 인터뷰 상대가 되어 주셨고, 감사하게도 첫 시작이 무난하게 진행된 덕분에 그후로 나는 수월하게 인터뷰집 만들기에 돌입할 수 있었다.



*ESG 경영: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자로 기업 경영에서 지속가능성을 달성하기 위한 세 가지 핵심 요소가 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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