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인터뷰

by 김용희

내 인터뷰 방식은 좀 특이했다. 보통 신문 기자분들이 인터뷰할 때는 한 사람의 업적이나 주요 주제에 대해서 질문지를 미리 보내고 이후에 일정을 정해서 당사자와 1~2시간 정도 만나 짜임새 있게 대화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나는 상대방의 가치관이나 인생 이야기를 편안하게 듣고 싶어서 질문지 없이 그냥 찾아가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었다.


나는 인터뷰 일정이 잡히면 만화지로 된 연습장 한 권과 젤리롤펜을 들고 인터뷰하실 분을 찾아갔다. 대화를 나누다가 시간이 부족하면 다른 날 또 찾아가기도 하고... 한 분을 인터뷰할 때 2~3번 이상은 만나서 최대한 그분의 인생을 담으려 노력했다. 언뜻 보면 책도 없는 작가가 무모하게 인터뷰 시장에 뛰어들어서 어수룩하게 연습장 하고 펜 하나를 들고 다니는 것으로 보였다. 사실 그게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인터뷰를 해 주신 많은 분들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작가님, 사실 처음에 저는 작가님이 녹음도 안 하시고, 연습장 하나랑 펜 하나를 들고 오셔서 제 얘기를 뭔가 열심히 적긴 적으시는 데, 좋은 글이 나올 거란 기대는 아예 하지 않았어요."


그래도 신기한 사실은 인맥도 없고 글 쓰기 경험도 없는 내가 몇 달 동안, 무리 없이 이 작업을 지속해 나갔다는 것이다. 나는 처음 주변 지인들에게 부탁했었지만, 웬일인지 내가 직접적으로 부탁한 사람들은 인터뷰를 거절했다. 하지만 나와 일면식도 없던 인터뷰 참여자분들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지인들을 소개해 주시면서 인터뷰는 자연스럽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진행되었다.


다들 처음 인터뷰 자리에 나오실 때는 긴장된 표정이나 떨떠름한 표정으로 나오신다. 나중에 여쭤보면 주로 하시는 말씀은 처음에는 내가 왜 굳이 바쁜 시간을 내어 이런 인터뷰를 해야 하나 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으며, 소개해 주신 분의 청을 거절할 수 없어서 억지로 나오시게 되었다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자신에 대한 글이 끝날 때쯤엔 나와 함께 보냈던 시간이 만족스러웠다고 했다.


나는 그냥 인터뷰집이 조금씩 완성되어 가는 이 상황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참가자분들은 내게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고 나는 그 이야기를 정리해서 한 편의 이야기로 적어나가는 작업을 하고 있는 데, 많은 사람이 내게 고맙다고 말했다. 나와의 인터뷰가 특정 시점에서 자신의 인생을 한 번 정리하는 계기가 되었다며 누군가 자신에 대해 글을 써준다는 게 고맙고 소중한 경험이라고 했다.


인터뷰가 진행되면 될수록 나는 점점 더 책임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무 경력도 없는 나를 믿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인터뷰 참가자분들이 고마웠고 그런 마음을 느끼면 느낄수록 내가 이 일을 제대로 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나는 책의 주제에 맞는「제주도에 감사하며 제주도에 기여하고자 자신의 위치에서 겸손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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